우리 군이 100㎞ 이상 장거리 미사일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나이키 허큘리스(Nike Hercules) 지대공 미사일이 실전운용이 어려운 것은 물론 훈련조차 할 수 없는 유명무실한 무기로 전락했다.26일 공군에 따르면 1998년 12월 인천 오발사사고, 지난해 10월 충남 보령 공중 폭발사고 이후 나이키미사일 유도탄 및 추진체에 대한 일제 검사를 실시했으나 현재까지 사고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공군 관계자는 이날 “사고 후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미육군 유도탄사령부에 3차례 원인규명을 요청하는 질의서를 보냈다”면서 “그러나 미군측은 나이키미사일 관련부서가 없어진데다 제조업체인 웨스턴 일렉트릭사의 생산라인이 폐지돼 분석이 어렵다는 회신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잇따른 ‘나이키 사고’의 원인은 미궁에 빠지게 됐으며 공군측은 사고재발을 우려, 당분간 발사연습을 하지 않기로 했다.
공군은 또 실전대기 비율을 나타내는 가동률을 90%에서 70%로 낮추기로 했으며 5년마다 완전 분해해서 정비하는 창정비를 3∼4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나이키가 ‘럭비공 미사일’임이 드러남에 따라 실전 가동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당국은 최근 사고 발생 때까지 자체 미사일 전력의 측정 및 점검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나이키는 53년 실전배치돼 65년 주한미군으로부터 우리 육군에 인계됐고 91년부터는 공군이 운용하고 있으며 현재 190여기가 배치돼 있다. 지상공격용으로도 전용할 수 있는 나이키는 우리 군이 보유한 유일한 지대지 미사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85년 미국에 이어 91년 대만의 나이키부대가 해체되면서 우리 군만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미사일을 실전용으로 배치하고 있어 부품 조달 등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공군 당국은 궁여지책으로 1기를 해체해 여기에서 나오는 부속이나 부품 등으로 다른 미사일을 수리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측은 이에 따라 “고물덩어리인 나이키미사일을 폐기하고 신형 미사일로 대체해야 한다”며 “미제 패트리어트와 러시아제 S-300미사일 등을 도입할 계획인 SAM-X(차기유도무기사업)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이키는 98년 12월4일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서 연습 도중 발사돼 폭발, 주민 6명이 부상하고 차량 120여대가 부서지는 피해가 났으며 지난해 10월12일에는 충남 보령시에서는 1발이 공중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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