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24일 딕 체니 전 국방장관을 사실상 런닝메이트로 내정하자 워싱턴의 정치분석가들은 '체니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를 가늠하느라 분주하다.특히 다음달 초순 부통령 후보를 결정한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 진영은 각종 채널을 총동원, 체니에 맞설 대항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일단 부시 주지사가 체니를 선택한 것은 '현명한 포석’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선거운동과정에서 부시는 주지사 재선 경험밖에 없어 '검증되지 않은 국정수행능력’과 월남전 참전경력의 고어에 비해 주방위군 복무에 그친 군복무 등이 취약점으로 꼽혀왔다.
공화당 진영은 6선 하원의원과 대통령 비서실장, 국방장관 및 기업체 사장 등을 거치면서 공직과 사회활동에서 축적된 다양한 경력이 바로 이같은 부시의 약점을 완벽히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공직생활 중 체니가 항상 윗사람에게 신중하면서도 충실한 조언자역을 견지한 점으로 미루어 직설적 성격의 부시와 원만한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공화당측의 장미빛 청사진과는 달리 민주당측은 "체니 정도라면 해볼만하다”며 내심 반겨하고 있다.
고어 진영은 먼저 체니의 건강과 기업체 운영과정에서 부시와의 유착관계 등을 집중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체니는 지난 1978년과 84년, 88년 등 세차례에 걸쳐 심장발작으로 고생한 데 이어 88년에는 동맥수술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당측은 체니가 동맥수술이후 별다른 이상이 없는 데다 지난 주말 정밀건강진단 결과 완벽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부시 진영의 주장을 물고 늘어질 계획이다.
역대로 부통령은 대통령 유고시 즉각 직위를 물려받아야하는 정치적 위상때문에 건강이 최고의 덕목으로 꼽혀왔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민주당측은 한때 정유회사를 운영했던 부시와 현재 텍사스에서 석유시추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점도 문제삼을 예정이다.
특히 현재 날로 치솟고 있는 휘발유값이 정유사들의 담합횡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측으로서는 체니의 기업운영이 충분한 타깃이 될만하다고 보고있다.
특히 체니의 회사가 최근 큰 흑자를 기록한데는 부시 주지사의 측면지원이 작용했다는 언론의 지적도 중시하고 있다.
민주당측은 이밖에도 체니가 하원의원때 수 차례나 불량가계수표를 남발했던 점도 집중 추적할 계획이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딕 체니는 누구?
딕 체니(59) 전 국방장관은 하원의원과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뒤 기업체를 경영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특히 국방장관 재직시 북한핵문제에 강경노선을 구사했고 한국도 방문한 적이 있어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보다 5살 연상인 체니 전 장관은 네브래스카주 링컨에서 태어나 예일대에 진학했으나 2년만에 중퇴하고 다시 와이오밍대학에 입학, 1965년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후 1960년대말과 1970년대초에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 중급관리로 들어갔고, 1975년 약관 34세에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에 임명돼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1978년부터는 와이오밍주 하원의원으로 6선을 기록하다 1991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국방장관으로 발탁되면서 의회를 떠났다.
장관을 그만둔 뒤 지난 1995년 텍사스 댈러스의 거대 석유시추회사인 홀리버튼의 대표이사로 취임, 사업가로서의 수완도 발휘했다.
그는 공직생활에서 보수적 시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항상 윗사람의 결정에 충실히 따르는 신중한 처신을 견지해 주위로부터 호감을 샀다.
이번에 러닝메이트로 낙점된 것도 '충성심’을 제1의 덕목으로 중시한 부시 주지사의 기호에 들어맞은 데다 폭넓은 행정경험이 부시를 충실히 보완해 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78, 1984, 1988년에 심장발작을 일으켰으나 1988년 바이패스(동맥우회)수술을 받은 이후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잡지 워싱토니언의 편집장을 지내고 대학 강단에도 섰던 작가인 부인 린과의 사이에 엘리자베스와 메어리 등 두딸을 두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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