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 본회의 강행 처리의 키를 쥔 김종호(金宗鎬)국회부의장이 25일 10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이 봉쇄한 서울 서교동 자택을 담을 넘어 ‘귀신같이’빠져 나왔다. 전날 밤부터 교대로 철야하며 집 주변을 지키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부의장이 집을 빠져나간 뒤 30분 이상이 지난 뒤에야 이를 눈치채고 집밖 골목을 뒤지는 등 뒤늦게 법석을 피웠으나 낭패감이 역력했다.거실에서 한나라당 의원과 한담을 나누던 김부의장은 이날 낮 12시께 1톤 트럭으로 100여 그릇의 자장면이 배달되자 집안을 돌아다니며 “제대로 대접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나라당 관계자들을 안심시켰다.
이어 한나라당 의원과 보좌관이 점심을 먹는 사이 자신은 “화장실에 간다”며 부엌과 다용도실을 거쳐 허리께 높이의 담장을 넘어 인접한 식당건물쪽으로 빠져나갔다. 김부의장은 이에 앞서 자민련 당직자들과 보좌관들이 대문을 봉쇄한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틈을 타 다용도실 창문의 방충망을 미리 치우는 등 치밀한 준비를 했다.
당시 거실에는 최병렬(崔秉烈) 이부영(李富榮)부총재 등 한나라당 의원 10명 이상 있었으나 점심식사후 TV로 골프프로를 보느라 실내복 차림에 신발도 신지않은 김부의장의 탈출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뒤늦게 김부의장이 없어진 것을 확인한 한나라당은 이재오(李在五)의원 등이 남아 본회의 개회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자민련 김학원(金學元)대변인을 계속 볼모로 잡아두는 궁여지책을 썼으나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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