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짓 남자 필요 없어/하지만 돈은 필요해.” 단순명쾌를 넘어 도발적이다. 여성문화예술기획의 뮤지컬 ‘밥퍼? 랩퍼!’에 관객이 줄을 잇고 있다.여성의 전화, 녹색연합 등 여성 관련 모임의 단체 관람 행렬도 이제 낯설지 않다.
자기만의 방을 뛰쳐 나온 네 여전사들. 중년 부인, 남편과 일찍 사별한 부인, 미시족, 미혼 여성. 이들 공통의 관심은 경제적 독립. 그러나 미시 주부의 욕구는 만만찮다.
“늘씬한 몸매, 죽여주는 남자들의 화끈한 서비스.” 남성 관객까지 박장대소하며 보는 것은 성인취향 분위기 덕택이 크다.
당차다. 이들이 공동 사업을 구상하면서 SM클럽을 기웃거릴 때는, 필요한 곳만 살짝 가린 여성의 댄스 장면이 한 몫 거든다.
그러나 일회성 눈요기는 아니다. 이들이 랩으로 외치듯, “사방이 유교, 기독교 환자로 둘러싸인 한국”에 대한 반항이다.
동시대인들의 진솔한 생각들을 담아 낼 수 있는 것은 창작 랩(13곡)과 창작 가요(17곡) 덕분. 발라드, 록, 뽕짝, 레게, 살사 등으로 발빠르게 변신하는 선율에다, 우리 말맛이 살아 있는 랩이 붙는다.
스피커를 타고 나오는 강력한 플레이 백 반주에, 마이크 쓰지 않고 육성 노래로 받아친다. 대중음악가 이병훈 작곡.
얼핏 보기에는 마구 내뱉는 랩송 같지만, 마지막 구절까지 선명히 들어 온다. 세 명의 전문 여성 래퍼로부터 받은 랩 메이킹(랩 지도) 덕분. 특히 4·4조 운율이 랩과 어울릴 때, 그 효과는 상승한다.
“누가 말했나 무자식이 상팔자라 백번 옳고/이제 더 이상 자식새끼 뒷바라지 진저리 나.” 골칫거리 아들을 둔 주부의 랩 푸념이다.
그처럼 토종을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를 객석은 소나기 박수로 맞는다. 일부 남성 관객의 휘슬 세례까지.
1992년 창립된 여성문화예술기획(대표 이헤경)은 연극, 음악, 영화, 학술회의, 국제 연대 사업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여성의 자기 주장에 한 몫 하고 있다.
2001년에는 이 무대로 대학순회공연도 펼칠 계획. 9월 3일까지 오늘·한강·마녀. (02)765_4891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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