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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에도 '노조 바람'

입력
2000.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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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 전체가 처음으로 거센 노동여건 개선 요구에 휘말려 있다.근사한 외양과 달리 실제로는 살인적인 근무시간에 상대적 저임금, 고용불안 등에 시달려온 벤처 직원들이 최근 집단적으로 노조설립 등을 통한 근무여건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것.

종래 이들은 스톡옵션과 주가상승, 창업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근무조건 등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않았던 것이 사실. 그러나 최근 코스닥 폭락과 벤처불황 등으로 ‘장밋빛 미래’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실태

‘1,000만원대 연봉에 하루 15시간 근무.’ 벤처업체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대표하는 상징어다.

명문대학 공대를 졸업한 후 벤처에 취업한 김모(25)씨는 “4월 결혼한 후 아내 얼굴 한번 제대로 본 적이 없고 수면부족과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며 “결혼하는 날에도 새벽 4시까지 일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벤처직원 박모(29)씨는 “새벽 1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고 시간외 수당도 받지 못했다”며 “연봉은 1,000만원 남짓에 주가폭락으로 스톡옵션도 기대할 게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청 조사 결과 벤처직원의 평균연봉은 1,200만~1,400만원으로 일반 제조업체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벤처를 퇴사한 P(35)씨는 “낮에는 영업활동, 저녁에는 접대, 밤에는 서류작업으로 혹사당했다”며 “벤처인 치고 과로나 위궤양 등 지병하나 없는 사람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임금체불도 다반사. 올해 정보업체인 J사에 연봉 1,500만원에 입사한 웹디자이너 B씨는 “사측이 나중에 준다는 핑계로 매달 50만원 밖에 주지 않로 어쩔 수 없이 퇴사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노조설립 바람

종래 벤처업계에서는 ‘능력과 실적만큼 대우받는 개인별 성과주의’가 철칙. 그러나 저임금과 벤처의 장래성 및 고용 불안감이 커지면서 노동운동의 불모지인 벤처업계에도 향후 노조설립 붐이 거세질 전망이다.

올5월 벤처업계 최초로 멀티데이터시스템사가 노조를 설립한 것을 필두로 최근에는 전산시스템 업체인 G사가 10여일간 파업끝에 22일 노조설립에 합의, 수당과 휴가, 노동시간 문제에 대한 노사협의에 들어갔다.

노동단체에도 노조설립 절차와 가능성을 타진하는 벤처업체 직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민노총 서울지역본부 강용법(31)상담부장은 “현재 노조설립을 추진중인 업체만 3~4군데에 달하며 노동단체와 연계를 모색하는 벤처도 많다”며 “벤처기업간 노조설립 및 처우개선을 논의하는 소모임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봉계약제’ 관행 때문에 벤처 노동운동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견해도 만만찮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부 벤처를 중심으로 노조설립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연봉계약직의 특성상 고용불안과 불이익 우려 때문에 노조활동이 활성화하기는 어렵고 단체협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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