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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칼럼] 언론은 길들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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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칼럼] 언론은 길들여지지 않는다

입력
2000.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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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남한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고, 남한 언론들은 북한 눈치를 살피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8월5일로 예정된 언론사 사장들의 북한방문을 앞두고 다시 불붙은 그 논쟁은 북한이 이번에도 조선일보를 막을것인가, 그럴 경우 다른 언론사들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촛점이 모아지고 있다.북한이 남한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는 주장은 북한 자신도 그렇게 밝힌바 있으니 사실이라고 볼수밖에 없다. 7월8일 평양방송은 “거세찬 통일의 흐름에 역행해 나서는 조선일보와 같은 것들은 마땅히 민족의 이름으로 천백번 길들이기를 똑똑히 하고 단호히 결별하는 것이 마땅하다” 고 말했다.

“통일의 암초는 폭파해버리는 것이 순리”라는 협박도 나왔다. 북한은 지난 6월28일 남북적십자회담 공동취재단의 일원인 조선일보 기자의 입북을 거부한바 있다.

북한이 그런 방식으로 남한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면 그 계산은 잘못된 것이다. 남한의 언론들은 정부나 대통령이나 제한없이 비판하고 있고, 그러한 언론의 자유를 통해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피와 땀으로 민주화를 쟁취한 남한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란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어떤 언론사의 보도나 논조가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취재를 봉쇄하고 위협하는 것은 남한사회가 생명처럼 여기는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은 남과 북이 서로의 체재와 관행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지난 7월 11일 평양방송은 이회창 한나라당총재의 국회연설 내용을 문제삼아 입에 못담을 욕설을 퍼부었다.

“민족의 탈을 쓴 역적으로 한치앞도 내다못보는 천치바보, 철부지, 반통일분자”라는 욕설이 쏟아졌다. 화해와 협력을 하자는 남한의 야당지도자를 향한 이런 욕설은 남한의 정서에 크게 어긋나고, 대화의 상대인 김대중대통령을 궁지에 빠트리게 된다.

과거를 묻어버리고 김정일국방위원장에게 호기심과 기대를 품기 시작했던 남한 사람들은 대경실색했다. “정신차려, 북한은 하나도 안 변했어, 환상은 위험해” 라고 서로서로 깨우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남한의 언론들이 북한의 눈치를 보고 있다” 거나 “길들여지고 있다”는 개탄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한국의 언론이 그 정도로 만만하고 단순한가. 또 우리국민이 그런 언론을 용납할만큼 어리석은가.

“남한 언론이 길들여지고 있다”는 주장은 “온국민이 남북화해 무드로 들떠있다” 는 우려만큼이나 부질없는 것이다. 언론도 국민도 바보가 아니다.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조선일보 기자의 입북이 거부되었을때 “왜 기자단 전체가 철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나는 “그 상황에서 당연히 기자단 철수가 고려되었을 것이며, 앞으로 그런 사태가 계속된다면 당연히 취재거부 결정이 나올것”이라고 대답했다.

언론의 자유란 모든 언론사가 연대해서 지켜야 할 언론의 생명이다. 단지 오늘의 남북관계는 유리그릇 다루듯 위태롭기때문에, 남북정상회담과 북한취재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너무나 절절하기 때문에, 언론은 ‘연대’를 유보하고 있을뿐이다.

한국언론은 독재정권에 길들여져서 할말을 못했던 치욕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 무한경쟁으로 공동체의식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가 위협당할때 연대하지 못할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이점을 남북의 당국자들이 함께 인식해야 한다.

북한은 남한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특정언론사의 입북거부, 협박이나 욕설 등은 북한에 대한 호감에 찬물을 끼얹을 뿐이다. 남한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과 예절로 남한과 대화하고 자신을 이해시키고 논쟁할수 있어야 한다.

남한 언론의 다양한 논조를 통해서 남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신문사는 단지 하나의 회사가 아니다. 신문사 뒤에는 그 신문의 논조를 지지하는 독자들이 있다.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것은 국민을 길들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대중대통령도 통제하지 못하는 남한의 언론을 어떻게 평양에서 통제하겠는가. 북한이 남한 언론을 이해하는것, 그것이 남한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것이다.

발행인

ms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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