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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참혹한 수도권 상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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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참혹한 수도권 상수원

입력
2000.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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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신문 1면에 보도된 팔당호 쓰레기 사진은 수도권 상수원 보호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어떤 웅변보다 설득력 있게 말해 준다. 수면을 가득 메운 장마 쓰레기를 보고, 그 물을 내가 먹는다는 사실에 속이 뒤집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인근 하수처리장 가동까지 중단돼 하루 수만톤의 하수와 분뇨가 팔당호로 흘러들고 있다니, 수도권 2,000만 주민은 언제까지 모르모트같은 실험을 당해야 하는가.팔당호 보호가 어려우면 상수원을 더 멀리 옮기든지, 아니면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든지, 양자택일의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 아무리 정수를 한다 한들 원수(原水) 품질이 그 모양인데 얼마나 깨끗이 걸러지겠는가. 이 며칠 우유처럼 뿌연 물을 마신 서울 서부지역 30만 주민의 건강이 걱정이다.

이번 경기지역 폭우로 팔당호 수면에 떠내려온 쓰레기는 600톤 정도로, 수거작업에 4~5일이 걸린다고 한다. 물에 뜨는 쓰레기는 건져올려 소각할 수나 있지만, 용인시 하수처리장 가동중단으로 인한 상수원 오염의 실상은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하천 범람으로 하수처리장과 분뇨처리장, 축산폐수처리장이 침수돼 가동이 중단되는 바람에 22일부터 하루 수만톤의 오염물질이 그대로 경안천을 통해 팔당호로 흘러들었다.

팔당호로 흘러드는 물이 평소에도 모두 위생적으로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행정통계로는 팔당 상수원 특별대책 지역인 경기도 7개 시·군에서 발생하는 하수는 하루 34만여톤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의 난개발로 인해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상식인데, 그나마 처리시설을 거쳐 방류되는 하수와 분뇨는 20만톤에 불과하다. 그런 상황에, 경안천에서 가장 큰 처리시설이 며칠동안 가동을 멈춰 상수원 오염을 가중시킨 것이다.

정부는 70년대 이래 수도권 상수원을 지킨다고 온갖 법률과 제도를 만들어 수질보전에 힘써 왔지만 수질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물 이용부담금을 물면서도 수질이 개선되리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수 늘리기에 눈이 먼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정부의 정책을 어기고 온갖 구실을 동원해 러브호텔과 먹고 마시는 접객업소 난립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준농림지 제도를 폐지한다고 하지만, 이미 허가를 내주었다는 핑계 등으로 팔당호 주변 난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상수원을 보호할 분명한 의지가 있다면, 기존의 법제에 우선하는 강력한 특별입법이 필요하다. 그것이 아니면 백년하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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