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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준,몽헌과 다른길가나

입력
2000.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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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계열사간 법정 소송과 내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현대전자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법적구상권 청구는 그룹 내에서 자금사정이 가장 좋은 현대중공업이 ‘투명경영’을 명분으로 현대그룹의 불합리한 경영 구습에 맞서 반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의 대표기업들이 외채상환 및 지급보증 문제로 정면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시장의 신뢰상실과 유동성 위기설 등으로 시작된 현대의 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현대 관계자들은 “엎친데 덮친 격”이라며 당혹스러워하면서 “그룹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경영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사태로 올 상반기로 예정됐던 현대차 계열분리와 2003년까지로 돼 있는 현대중공업 분리 등 현대그룹의 ‘핵분열’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증시가 마감된 오후 4시께 2장짜리 발표문을 배포했다.

현대중은 발표문을 통해 “현대전자가 현대투신 주식을 담보로 캐나다 은행인 CIBC로부터 유치한 자금이 만기가 됨에 따라 지급보증 때 약정한 대로 이를 대신 갚기 위해 자금사정이 좋은 현대중공업이 2억2,000만달러의 주식을 재매입, 대납송금했다”며 소송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어 “중공업이 부담하게 될 손실에 대해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측에 법적구상권을 행사키로 결정했다”며 “과거 계열사 자급보증 형태의 불합리성을 불식시키고 투명경영을 원칙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겠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현대전자는 “중공업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현대중공업이 지급보증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CIBC가 중공업과 교섭해 주식 재매입을 규정한 별도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현대그룹 주력계열사 간에 지분 분산을 꾀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전자는 또 “현대투신의 주식을 재매입할 계약상 의무가 전혀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맞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소송 사태는 단순한 손실보상차원이 아니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구상권 행사는 중공업의 계열분리에 앞서 계열사간 지급보증 등을 조기에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며 “완전한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을 맡고 있는 정몽준(鄭夢準·MJ)고문이 현대전자와 현대증권 등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정몽헌(鄭夢憲·MH) 현대 아산 이사회회장에게 “등을 돌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올 5월 현대 지분정리 과정에서 MH가 맡고 있는 현대상선이 현대중공업의 지분 12.46%를 인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MJ측이 상당한 불쾌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열사간 지급보증 소송 사태는 현대 유동성 위기 및 현대차 분리문제와 맞물리면서 현대의 구조조정 및 계열분리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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