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우파’라는 용어의 유래에는 두 갈래 설(說)이 있다. 프랑스대혁명 당시 국민의회 의사당에서 왼편에 급진파 자코뱅당, 가운데에 중도파, 오른편에 온건파 지롱드당이 각각 의석을 잡은 데서 유래됐다는 설이 그중 하나다.그런가 하면 18세기 초 영국 하원 의사당에서 야당과 여당이 각각 좌·우로 편을 갈라 앉은 데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거나 좌·우는 인류 역사의 발전과정을 해석하는 데 있어 핵심적 키워드다.
■긴 머리에 텁수룩한 수염, 해외출장 때는 반드시 개인침낭과 베개를 지참, 세계 어디를 가든 호텔숙박은 거부…. 미 MIT공대 리처드 스톨먼 교수의 풍모다. 반면 왕궁이 부럽지 않은 대저택, 해외출장시 더러 전세기까지 동원하는 모습은 마이크로소프트(MS)사 빌 게이츠 회장의 것이다.
하버드대 출신의 컴퓨터전문가라는 공통점 말고는 생각과 생활방식에서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이 두 사람 역시 좌·우의 대립적 관계다.
■스톨먼 교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무상 보급을 외치는 이른바 카피레프트(copy left)운동의 선구자다. 컴퓨터운영체계의 소스코드(암호)를 완전 공개하는 ‘정보사회주의’가 운동의 지향점이다.
이에 반해 게이츠 회장은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기술개발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카피라이트(copy right)진영의 선봉장이다. 사이버세계의 ‘성자’와 ‘제왕’으로 우뚝 솟은 두 사람이 각각 이끄는 운영체계 리눅스와 윈도의 대결도 흥미롭다.
■최근 G8 정상회담에서 정보기술(IT) 헌장이 채택됐다. 지구촌에 몰아치는 정보통신혁명의 세계적 전범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신기술의 독점과 남용을 막을 통제장치는 미국_유럽측의 대립으로 끝내 무산됐다고 한다.
자유경쟁이 먼저냐 사회연대가 먼저냐 하는 양 대륙 간의 뿌리깊은 사상적 갈등이 여기서도 선명하다. 정보통신혁명이 이끄는 신경제에도 좌·우가 있으며, 그같은 이념적 토대야말로 만사의 근본임을 다시 보여준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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