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25일 현대 계동사옥은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현대그룹 구조조정위원회와 현대건설 등 계열사들은 이날 잇따라 긴급대책회의를 여는 등 하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8개 현대계열사의 신용등급이 무더기 강등되면서 시장에 자금악화설이 재연되고 주가폭락은 물론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악화설까지 흘러나오면서 비상이 걸렸다.
“현대 자금난은 현대 스스로 해결하라”는 정부의 최후 통첩을 앞에 놓고 현대는 “구조조정과 계열분리 압박의 칼날이 목전에 다가왔다”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에 대해 임원 10명으로 구성된 항의단을 보내는 등 맞대응하면서도 추가 자구계획을 내놓는 등 사태 진정에 애썼다.
현대건설은 김윤규 사장 명의로 된 항의문에서 “현대계열사의 신용등급 하향평가로 시장신뢰에 치명적 타격을 받았으며 국내 및 해외에서의 공신력 하락으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이어 “신용평가는 기업의 경영상태를 근간으로 평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열분리 등 구조조정 과정이 이번 신용평가 조정에 영향을 미친 점이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또 6월 초 내놓았던 6,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 외에 광화문사옥과 미분양 상가의 조속한 매각, 부동산 명의신탁 등을 포함한 8,8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계획안을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전달했으며 이날 같은 내용의 경영개선계획을 투자자들에게도 배포했다.
현대는 신용등급 하락과 추가 자금지원 불가 등 일련의 조치들이 현대차 계열분리 약속 이행 등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으로 보고 있다. 현대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를 ‘현대 손보기’로 해석하면서 정부와의 정면대결 의지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가 강력히 표출되고 있다.
자구노력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재무상태가 가까스로 호전되고 있는 현대의 모(母)기업인 현대건설을 ‘투기등급’으로 분류한 것은 현대의 숨통을 아예 끊어놓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현대 관계자는 “정부가 어떻게 시장을 놓고 배팅을 할 수 있느냐”고 흥분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이 현대의 시장신뢰 상실에 있는 만큼 현대가 구조조정의 핵으로 떠오른 자동차 계열분리를 조기 이행하지 않고는 정부와 시장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사태의 열쇠는 그룹의 ‘실질 경영자’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회장이 조기 귀국, 계열분리에 관한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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