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이달중 재폐업 돌입 결정을 일단 백지화했다.대한의사협회는 25일 오전 최고집행기구인 상임이사회를 열어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 27일 재폐업 찬반투표 실시안(案)을 참석이사 16명의 만장일치로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의쟁투가 찬반투표 후 31일께부터 강행할 예정이던 병·의원 재폐업은 당분간 유보됐다.
의협은 상임이사회가 끝난 뒤 발표한 ‘회원에게 드리는 글’이란 자료에서 “의사는 국민을 떠나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지금은 폐업의 시점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약사법 개정 및 바른 의료제도 실천과정을 지켜보면서 단계적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재폐업 찬반투표를 시작한 대한전공의협의회도 투표에서 찬성 결과가 나오더라도 투쟁 시기나 방법은 의협과 논의를 거쳐 결정키로 해 파업강행을 사실상 유보했다.
이에 따라 한때 폐업 참여율 90% 이상이라는 단결력을 과시했던 의협에서 강·온세력 간의 내부갈등이 표면화할 조짐이다. 1월 의약분업 반대를 위해 의쟁투가 발족한 이후 이 기구의 투쟁안건이 부결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지난달 집단폐업과 4차례의 휴업투쟁도 상임이사회가 ‘토’를 달지 않고 물적지원을 했기에 가능했다.
의쟁투측은 즉각 반발하면서 이날 오후7시 긴급중앙위원회를 소집, 향후 대책을 집중논의했다. 의쟁투의 한 중앙위원은 “집행부가 재폐업 찬반투표안을 거부한 것은 강경투쟁을 바라는 대다수 회원의 의사를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번 재폐업 유보결정은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던 50대 중심의 의협내 온건파가 전면에 나서 의쟁투의 강경일변도 노선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돼 의료계에서 상당기간 강·온 노선 간의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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