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은 가난한 나라들을 모독했다.” …23일 끝난 오키나와 G8 정상회담에 대한 영국 언론의 논평이다. “만찬 테이블에서 빵조각 하나 나오지 않았다”는 비아냥도 나온다.아프리카 등의 가난한 나라들이 선진국에 진 빚을 탕감하는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룬 정상회담이 ‘말의 성찬’에 그친 것을 비판한 것이다. 러시아가 곁다리로 끼었지만, 선진 7개국의 사교 모임같은 정상회담이 여전히 그들만의 잔치였음을 선진국 언론 스스로 개탄한다.
■외채탕감 문제는 국제 사회의 오랜 숙제다. 세계화 물결속에 갈수록 두드러지는 가난한 나라들의 참담한 현실은 21세기 인류문명에 대한 찬사를 무색케 한다.
아무리 호사스런 아방궁도 빈민촌 곁에 있으면 빛이 바래고, 그 안에 사는 이들도 이래저래 편치 않은 법이다. 그래서 선진 7개국은 지난해 41개국의 외채 2,600억 달러가운데 1,000억 달러를 올해말까지 탕감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7월까지 실제 탕감액은 9개 나라, 119억 달러에 그쳤다.
■선진국들은 채무국들이 부패척결 등 개혁을 단행하고, 빚 탕감으로 생긴 재원을 무기수입에 쓰지 않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탓이라고 변명한다.
실제 많은 채무국이 국내외 분쟁에 휘말려 있고, 외채의 큰 몫을 무기수입에 썼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위선을 탓하는 비판도 거세다. 무기수출을 위해 선심쓰듯 돈을 빌려주고 분쟁과 부패를 조장한 자신들의 행태는 바꾸지 않은 채, 결코 쉽게 이룰 수 없는 개혁타령만 되풀이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외채탕감을 촉구하는 엽서와 E_메일 25만통을 받은 블레어 영국총리가 적극적 탕감조치를 주장해 돋보였다. 그러나 그도 옛 식민지 연고를 고려해 생색만 낸 느낌이다.
특히 일본은 회담준비에 7억5,000만 달러를 쏟아부어 시샘과 빈축을 함께 받았다. 그래서 세계경제를 주무르는 부자들만의 잔치는 없어져야 한다는 비난까지 나온다. 그러나 바로 그런 주도적 지위를 저들끼리 다지는 게 모임의 목적인 터에, 되돌아오는 메아리가 있을 리 없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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