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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미흡한 사과 애매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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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미흡한 사과 애매한 조치

입력
2000.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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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주둔후 최초인 미8군 사령관의 사과문 발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특히 핵심 사항인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시민·환경단체로부터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사과문은 이 부분에 대해 "조사결과를 토대로 적절한 시정조치를 취할 것이며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테일러 주한미군 공보실장은 "결정권자인 페트로스키 사령관이'처벌하겠다'고 할 경우 조사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미국법상 불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군측은 '조사결과 불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를 처벌하겠다'는 표현으로 얼마든지 '합법적인'처벌 의지를 반영할수 있었다.

더욱이 방류 독극물이 국민 건강에 위협을 주지않는다는 주장은 자기모순이다. 테일러 실장은 "2월 포름알데히드가 무단 방류된 사실을 5월에 알았지만 지금도 한국민의 건강에 위협을 주지 않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조사가 완결되지 않아 관련자 처벌을 언급하지 못한다면, 국민 건강에 위협을 주었는지 여부도 조사후에나 밝혀질 사항이다.

열흘전인 14일 미군측은 공보실장대리인 슈미트소령을 통해 "독극물 방류에 대해 유감은 표명하지만 사과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미군측은 19일부터 이틀간 서울시장에게 사과 서한을 전달하려다 여의치 않자 사과문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미군측은 서울시측에 대해 "방문시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요청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미군측은 비난여론의 강도와 상황에 따라 입장을 조금씩 후퇴시키고 있을 뿐 진정한 사태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딸이 교통사고를 당해 지난주말 급히 귀국했다고 밝혔지만 페트로스키사령관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은 점도 석연치는 않다.

이에 따라 미군측 사과의지에 대한 판단은 이번에 약속한 '명예로운 진상조사'와 그 결과의 공개때까지 유보할 수 밖에 없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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