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라운드 12번홀. 승리의 여신이 타이거 우즈를 향해 미소를 머금었다. 앞선 홀까지만해도 도망가는 타이거 우즈는 소강상태였고 쫓는 데이비드 듀발은 파죽지세였다.우즈의 얼굴도 분위기를 반영하듯 몹시 굳어 있었다. 올해 최고 골프쇼의 승부는 ‘마지막 장갑’을 벗어봐야 알 것 같은 긴장이 감돌았다.
24일 새벽(한국시간) 제129회 브리티시오픈(총상금 440만달러)의 승자를 가리는 4라운드가 열린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파 72). 한 조에 묶인 세계랭킹 1, 2위의 숨막힌 대결은 314야드짜리 파4의 12번홀에서 명암이 갈리기 시작했다.
- 최종성적
- 우즈, 브리티시오픈 우승에 따른 각종기록
- PGA 역대 그랜드슬래머
- 우즈 나오는 대회 "2위가 목표"
전홀까지만 해도 우즈는 버디 2개로 중간합계 18언더파, 듀발은 버디 4개로 14언더파. 듀발은 전날의 6타차에서 4타차까지 따라붙고 있었다.
전반 9홀에선 3타차까지 육박한 터였다.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천하의 우즈도 부담을 느낀 듯 초반 수차례의 버디기회를 놓친 사이 듀발은 깔끔한 플레이와 볼이 벙커를 비켜가는 행운까지 따라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세인트 앤드루스는 12번홀에서 거꾸로 우즈에겐 반전의 기회를 준 대신 듀발에겐 시험에 들게 했다. 롱아이언으로 조심조심 나가던 우즈는 3일 연속 버디로 장식한 이 홀에서 특유의 역동적인 드라이버 티샷을 구사했다.
볼은 단번에 그린온, 핀 위쪽 10여 지점에 안착했다. 듀발의 티샷도 그린온은 안됐지만 가까이 접근, 어프로치샷으로 충분히 버디를 잡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듀발의 칩샷은 그린 앞 둔덕을 넘지 못하고 오른쪽 밑으로 굴러내렸다. 퍼터로 친 서드샷마저 핀 앞 3m 지점에서 멈춰섰다.
우즈의 퍼팅차례. 내리막 경사에서 욕심을 내지 않은 이글퍼팅은 컵 아래쪽 1m 거리에 정지, 이날 3번째 버디로 마무리됐다. 다급해진 듀발의 파퍼팅은 컵을 빗나가 이날 첫 보기가 됐다. 순간 듀발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컵을 바라봤다.
결국 이 곳은 듀발에겐 16번홀 보기에 이어 ‘마의 홀’인 17번홀의 쿼드러플 보기로 완전히 무너지는 전조였다.
반대로 우즈에겐 힘을 실어준 ‘비아그라홀’이었다. 어니 엘스(남아공)도 5번홀까지 무려 4언더파로 선전하며 우즈를 위협, 한가닥 이변을 기대케했으나 중반이후 제풀에 꺾여 우승권에서 멀어지면서 우즈의 기만 살려주고 말았다.
한편 시즌 6승(통산 21승)째를 올린 우즈는 이번 대회 우승상금 75만9,150달러(약 8억3,000만원)를 추가, 시즌 총 상금액이 574만6,431달러로 늘었다.
남재국기자
jknam@hk.co.kr
■타이거 우즈, 브리티시오픈 우승에 따른 각종기록
▲ 사상 최연소 그랜드 슬래머=만 24세 7개월(종전 66년 잭니클로스·만 25세 2개월)
▲ 올드코스 레코드=19언더파(종전 1990년 닉 팔도 18언더파)
▲ 역대 최저타 2위=역대 최저타 93년 그렉 노먼 267타
▲ 사상 3번째 1~4라운드 60대타=93년 그렉 노먼, 94년 닉 프라이스
▲ 사상 6번째이자 18년만에 단일시즌 US오픈, 브리티시오픈 동시석권=보비 존스(26, 30년) 진 사라센(32년) 벤 호건(53년) 리 트레비노(71년) 톰 왓슨(82년)
▲ 2번째 1년사이 메이저 3관왕=53년 벤 호건(마스터스·US·브리티시)
▲ 87년만에 8타차 우승=1913년 존 테일러 이후 처음.
▲ 최다타수차 우승 역대3위=①1862년 톰 모리스 시니어 13타차 우승②1870년 톰 모리스 주니어 12타차 ③2000년 타이거 우즈 등 4차례 8타차
■PGA 역대 그랜드슬래머
▲ 진 사라센(1902~1999)
1922년 US오픈 우승이후 13년만에 최초의 그랜드슬래머가 됐다. 벤 호간은 첫 우승후 7년, 게리 플레이어는 6년, 잭 니클로스는 4년만에 그의 기록을 깨뜨렸고 이번에 우즈가 3년으로 줄였다. 샌드웨지를 고안한 사라센은 7번의 메이저타이틀을 손에 넣은 뒤 지난 해 97세로 타계했다.
▲ 벤 호간(1912~1997)
46년 PGA선수권 타이틀을 따냈고, 48년 US오픈, 51년 마스터스, 53년 브리티시오픈을 차례로 정복했다. 특히 49년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을 극복하고 이듬해부터 2년 연속 US오픈을 제패했다.
53년에는 브리티시오픈, 마스터스, US오픈을 동시에 휩쓸었지만 PGA선수권이 브리티시오픈과 겹치는 바람에 한 해에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기회를 놓쳤다.
▲ 게리 플레이어(1935~)
168㎝ 단신의 남아공화국 출신. 4개 메이저대회 우승과 총 120회의 우승경력을 갖고 있다. 59년 브리티시오픈, 61년 마스터스, 62년 PGA선수권, 65년 US오픈에서 우승했다.
▲ 잭 니클로스(1940~)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 보유자로 20세때 US오픈에 첫 참가해 2위에 올랐다. 26세때 첫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뒤 31살, 38세때도 영예를 만끽한 유일한 선수.
71년 PGA챔피언십, 72년 마스터스와 US오픈을 휩쓴 그는 그해 브리티시오픈서 리 트레비노에게 한 타 뒤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 타이거 우즈(1975~)
97년 마스터스, 99년 PGA선수권, 2000년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타이틀을 보유하는 영광을 누렸다. 82년 톰 왓슨 이래 한해에 브리티시오픈과 US오픈을 동시에 제패한 첫 선수이다. 8월 PGA선수권마저 우승하면 53년 벤 호간 이후 최초로 한해 3개의 메이저대회 타이틀리스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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