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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 '한국환상곡' 진면목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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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 '한국환상곡' 진면목 드러나

입력
2000.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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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작곡가 안익태(1906~1965)의 대표작인 ‘한국환상곡(코리아 환타지)’의 정확한 악보가 나온다.안익태기념재단(이사장 이강숙)은 기존 악보의 오류를 바로잡고 보완한 결정판을 만들고 있다.

지휘자 박은성(한양대 교수)이 악보를 검토해서 제시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이를 컴퓨터로 사보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내달 초까지 사보가 완성되면 출판할 계획이다.

‘한국환상곡’은 일제시대와 해방 등 고난과 영광의 민족사를 오케스트라와 대규모 합창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치고 있는 교향시다.

특히 피날레에 애국가 합창이 장엄하게 울려퍼져 한국인이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한국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그동안 정확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악보가 있는데다 한 악보 안에서도 잘못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이 곡의 악보는 독립기념관 소장본 5권(1944년판·50년판·53년판·54년판·연도 미상 1권) 등 친필악보 외에 안익태기념사업회가 펴낸 다른 사람의 필사본 2종(1986년판과 연도 미상본)이 있다.

안익태 자신이 생전에 연주할 때마다 계속 악보를 고쳤기 때문에 어느 것이 결정판이라고 내세우기 어렵다.

그럼 그동안 어떤 악보로 연주해왔단 말인가. 국내 교향악단들은 안익태기념사업회의 1986년판을 써왔다.

이 악보는 당시 안익태 추모음악제를 앞두고 작곡가 정윤주(1918~1997)에게 의뢰, 기존 악보에서 총보와 악기별 파트보가 서로 달라 연주하기 곤란한 부분을 손질한 것이다.

문제는 이 악보조차 오류가 많다는 점이다. 음정이나 템포가 이상하고 여러 마디가 빠지는 등 틀린 곳이 수십 군데가 넘는다.

첫 음부터 그렇다. 모든 악기가 첫 음으로 미·솔·시 정화음을 이루는데, 제 2 트럼펫만 ‘레’음이어서 불협화음을 빚는 것. 이처럼 불완전한 악보는 결국 ‘이상한’ 연주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동안 이 악보가 쓰였고 그것으로 음반까지 나왔다.

박은성은 이 곡을 자주 연주하면서 악보에 잘못된 데가 많음을 발견하고 꼼꼼히 검토했다.

안익태 자신이 지휘한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녹음 등을 참조해 어떤 부분은 어떻게 고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안익태 한국환상곡 연주의 제반 문제점과 나의 견해’(1997)라는 논문으로 완성됐고 그것이 이번 작업의 토대가 됐다.

‘한국환상곡’은 일제시대 작품이다. 나라를 잃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로서, 유럽에서 작곡보다는 지휘로 알려졌던 안익태는 1938년 더블린에서 아일랜드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해 이 곡을 직접 초연했다.

베를린필·런던필·LA필 등 일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세계적인 지휘자로서, 그는 1950~1960년대에 유럽 미국 남미 일본 등지에서 자주 이 곡을 연주했다.

그때마다 애국가는 반드시 우리말로 부르게 했다. ‘코리아’라는 이름조차 낯설던 시절, 그는 그렇게 조국을 알렸다.

안익태는 ‘한국환상곡’ 외에 ‘강천성악’ ‘논개’ ‘애국지사추도곡’ ‘한국무곡’ 등 관현악곡과 바흐·드뷔시·쇼스타코비치의 작품 편곡 등을 남겼다.

안익태기념재단은 이들 작품의 안익태 친필악보도 인쇄본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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