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10명으로 낮추는 국회법 개정안이 운영위를 통과, 본회의에 상정됐다. 개정안의 운영위 처리장면은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참담한 모습이었다.여야 의원들이 뒤엉켜 목을 비틀고 조르는등 격렬하게 몸싸움을 하는 사이, 국회법 개정안은 민주당 수석부총무에 의해 순식간에 상정-심사보고-가결의 수순을 밟았다. 적어도 TV로 비쳐진 장면에서는 가결의 요건은 갖춰지지 않았다.
16대 국회 첫 날치기다. 이 날치기가 화급한 민생관련 법안이거나 정부의 예산안등 국가의 중대사와 관련된 것이었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구석은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회법 개정안은 오로지 자민련 소속의원 17명을 위한 말 그대로 위당설법(爲黨設法)의 법안이다.
공동여당의 운영위 날치기 처리는 의회주의와는 거리가 먼 행동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이 운위해오던 상생의 정치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 여전히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고 정치를 하려 한다는 사실이 날치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예상을 깨고 날치기 상정을 한 배경에는 나름의 정치논리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엊그제 이회창 한나라당총재와 JP와의 회동이 민주당으로 하여금 이런 행동을 하도록 자극했을 개연성은 높다.
자민련이 공동여당의 축에서 멀어져 ‘한나라 대 非한나라 연합’이라는 현재의 정국구도가 깨질 가능성을 민주당은 우려했을 수 있다.
만약 민주당이 이런 의도를 갖고 날치기를 했다면 이 역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의회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를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이총재가 JP에게 회동을 제의한 것을 두고 대권전략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발상이 순수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원내교섭단체 요건 완화는 여러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국민의 뜻에 반한 것이다. 16대 국회는 4.13 총선의 결과물이다.
총선민의는 누가 뭐래도 민주-한나라 양당체제였으며, 이런 연유로 자민련은 17석을 얻어 현행 국회법에 의해 원내교섭단체가 되지 못했다.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법을 고치려 한다면 정치권은 그에 앞서 국민 설득의 합당한 절차를 밟는 것이 도리다.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 여부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국회가 대화와 타협을 멀리하고 수의 힘만을 능사로 여긴다면, 국민의 실망감은 여간 크지 않을 수 없다. 여야는 이제부터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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