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는 썰렁했다. 아니 참담했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개봉 첫 주말(22, 23일) 서울 3개 극장에 217명. 3회 상영까지 관객이 한 명도 들지 않았던 극장도 있다. 24일부터 간판을 내린 곳도 생겼다. 비디오 출시를 위해 광고 삼아 개봉하는 C급 영화도 이렇게 비참하지는 않았다.“그래도 국내 상영 북한 영화 1호인데…”라고 기대했던 수입사와 극장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했다. 몰려든 일본 취재진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그들 역시 2년 전 도쿄 한 극장에서 할리우드 ‘고질라’와 맞붙어 8주 동안 1만 8,000명을 기록하며 절대 우위를 보였던 이 영화가 같은 핏줄인 한국인들에게 이렇게 외면당하리라고는 예상 못했다.
수입사인 고려미디어는 여러가지 분석을 내놓았다. 자막에 신상옥이란 이름을 빼라는 국가정보원의 지시, 이를 핑계로 심의에 늑장을 부린 영상물등급위원회 때문에 광고조차 제대로 못한 급박한 개봉, 북한 영화가 외화로 분류되는 바람에 스크린쿼터 채우기를 기대했던 극장들의 실망으로 줄어든 개봉관, 20대가 주류인 우리의 영화 관객층 등등. 모두 영화 외적인 이유들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영화 자체에 있을 것이다. 사실 북한 영화란 이유로 ‘불가사리’만큼 언론의 주목을 받은 작품도 드물다. SF괴수영화라는 독특한 장르지만 ‘불가사리’는 우리가 이미 TV로 확인한, 재미 없는 북한 영화의 하나였을 뿐이다. ‘불가사리’의 참패와 북한 붐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관객은 북한 영화를 정치적으로 보지 않았고 영화로서 대했을 뿐이다. 북한 붐에 편승해 앞다투어 들여오는 북한 문화상품들. 이를 대하는 시장(市場)은 냉정함을 ‘불가사리’는 증명했다.
이대현 문화부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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