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솟는 아이디어의 작가 전수천. 실현불가능한 꿈이 아닌가 여겨졌던 그의 미대륙 횡단 열차 프로젝트 ‘암트랙(Amtrak) 2001’이 드디어 꿈 같은 현실로 다가온다.내년 흰천덮은 열차 11량 빌려
동서횡단 '움직이는 드로잉'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이라는 부제를 단 그의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2001년 5월 1일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다.
암트랙(미국 철도여객 수송공사) 11량을 통째로 빌려 11박 12일 동안 워싱턴D.C. , 시카고, 캔자스시티를 달려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하얀 천을 뒤덮은 열차로 미 대륙을 달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암트랙은 도시만 지나치는게 아닙니다. 푸른 숲, 노란 사막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광활한 대지 위를 관통하게 될 환상적인 하얀 선을 떠올려 보세요.
흰색의 선이 나타낼 곡선의 조형미와 암트랙이 만들어 낼 직선의 운동성…. 흰색은 우리 민족의 고유 색으로 한국인의 정체성과 시각을 세계에 알린다는 뜻도 겸하고 있습니다.”
그가 처음 이 프로젝트를 외부에 알린 것은 7년 전. 미국의 광활한 대지를 자신의 설치작업 무대로 삼겠다는 아이디어는 분명 신선했지만, 3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그의 프로젝트를 협찬해 줄 후원자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아 계속 계획을 미루어왔다.
현재 확보된 액수는 미미한 수준. 그러나 그는 8월 5일 사전답사차 박영길 전 해외홍보원장, 이영식 세종문화회관 제작감독 등 4명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는 등 프로젝트 성사를 확신하고 바삐 뛰고 있다. 서울 종로구 운니동 그의 작업실 옆에 ‘암트랙 2001 추진위원회’라는 별도 공간까지 마련했다.
여기서 완성한 최근 행사 세부 일정에 따르면 암트랙은 달리는 기차로서의 기능 외에도 세계적 석학을 초청해 문화, 환경, 자연 등을 주제로 토론회도 가질 예정이다.
또 북 합주공연, 대금 심포니, 판소리, 퍼포먼스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곁들이게 된다. 이 열차엔 300명 정도 탑승하게 되는 데 이중 200명은 관광객, 나머지는 스태프, 공연단, 취재진 등이다.
특히 중간 기착지인 아리조나 사막에서는 365대의 모니터를 이용해 강물에 비친 1,000여개의 달의 모습을 영상화하는 설치작품 ‘월인천강지곡’을 펄칠 계획이다.
“출발일은 암트랙 창설 30주년 기념일이자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5월 초 아리조나 사막에 보름달이 뜹니다. ”
주도면밀하고 수완좋은 작가, 뛰어난 달변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가, 바로 전수천이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이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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