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고유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는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하루 석유소비량(99년 기준)은 세계 6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는 정부가 유류세제 개편을 통해 LPG(액화석유가스)와 경유 등의 가격을 대폭 인상키로 하면서 내세운 ‘에너지 소비 가격탄력성’근거와 상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산업자원부가 23일 발표한 ‘올해 1~5월 에너지 수급동향’을 보면 에너지 소비는 경기활황과 에너지 가격인상에 따른 가수요 등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가 증가했다. 에너지원별 소비증가율은 LNG(액화천연가스)가 21.3%로 가장 높고 원자력 12.1%, 유연탄 9.7%, 석유 5.9% 등 순이다.
이같은 석유소비량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8.7%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유류 소비자가격 인상(6월1일)을 앞둔 5월에는 가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월간 석유소비량 증가율이 무려 20.5%를 기록, 이 기간 평균증가율의 4배에 육박했다. 특히 휘발유의 경우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 가장 높은 29.5%를 기록했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바닥세를 보였던 98년 국제통화기금(IMF)체제동안 에너지 소비 억제를 위해 유류세제를 대폭 인상, 휘발유 가격을 ℓ당 1,200원대로 유지한 바 있다.
당시 휘발유 소비는 정부 의도대로 대폭 줄었으나 연말 이후 소비자가격이 1,100원대로 낮아진 뒤 휘발유소비량은 예년 수준을 회복, 올들어 1,200원대로 다시 올라선 뒤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IMF체제 당시 휘발유소비량이 줄어든 것은 급격한 경기침체와 가계소득 감소에 기인한 것”이라며 “에너지소비량은 가격탄력적이기 보다는 소득탄력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석유공사가 밝힌 석유메이저 BP-아모코사의 최근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하루 석유소비량은 216만5,000배럴로 미국과 일본 중국 독일 러시아에 이어 세계 6위 수준이다.
증가율도 98년의 201만배럴에 비해 7.6%(15만5,000배럴)가 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균증가율인 3.6%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국제유가 및 국내소비자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결정한 4월 이후 폭등세를 지속했다.
물론 기름값 인상이 수요 및 소비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산자부 분석결과 휘발유 차량의 월소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감소한 71ℓ로 나타났다. 고유가에 따른 소비절약효과의 반증이라는 것이 정부 주장이다.
하지만 휘발유차량의 대당 월소비량은 96년 같은 기간의 110ℓ에서 97년 99ℓ, 98년 80ℓ등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특히 98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4월 이전은 국제유가와 국내 소비자가격이 안정됐던 시기임에도 소비량은 꾸준히 감소했기 때문에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 기간에 석유소비량 증가추세 둔화와 함께 대체에너지 수요가 급증, LNG 소비증가율은 지난해 29.2%, 올해 21.3% 등 매년 20%대 이상의 급격한 신장세를 보였고 유·무연탄과 원자력 등 소비량도 빠르게 늘었다.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 동기비 101.7% 늘어난 149억달러를 기록했고 에너지 수입액의 66% 를 차지한 원유수입액은 116.5% 늘어난 98억달러로 나타났다. 전력 소비량은 15.2% 늘어난 9만6,621GWh를 기록했고 발전전력량은 14.4% 증가한 10만6,421GWh로 파악됐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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