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沖繩) 중요 8개국 정상회의(G8)가 23일 폐막됐다. 최대 관심사인 정보 기술(IT) 분야의 국가간 격차 시정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오키나와 헌장이 22일 채택된데 이어, 빈곤과 에이즈 대책, 세계무역기구(WTO) 다자간 무역협상 문제 등을 담은 공동 선언문이 발표됐다.그러나 우리는 21일 채택된 한반도 관련 특별성명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 8개국 정상회의에서 특정문제에 관해 회의중 특별성명을 내는 일은 흔치 않다.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정세가 평화공존의 방향으로 급변하는 가운데, 세계를 움직이는 지도자들이 특별성명 형식으로 각별한 관심을 표명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특별성명은 남북 정상회담의 역사성과 긴장완화를 위한 남북 쌍방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특히 한국의 포용정책과 북한의 건설적인 자세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냉전체제의 변화를 향한 세계인의 바람이 집약되었다고 할 것이다.
역사적이라고 할만한 일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세계무대 등장이다. 이번 회담의 중요 화제는 김위원장에 집중되었다는 보도가 있다. 때마침 러시아 최고 지도자로서는 처음 북한을 방문해 김위원장을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동료 정상들에게 김위원장이 미사일 실험 중지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소개한 뒤 “대화를 유연하게 이끌어 어떤 문제라도 논의할 수 있었다”고 소개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은둔자 또는 이상성격 소유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국제사회에 발을 딛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북한은 이제 더이상 상식이 용납하지 않는 행동을 해서는 안되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편입할 수 있어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국제정세는 평화와 공존의 새로운 틀을 향해 바삐 돌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29일부터 남북 정상회담 후속조치 협의를 위한 장관급회담이 열린다.
또 24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ARF) 기간중인 26일에는 첫 남북 외무장관회담이 열리고, 같은 날 북·일 외무장관 회담, 다음 날에는 북·미 외무장관회담 일정이 잡혀 있다.
답보를 계속하던 베를린 북·미 회담도 의제설정에 일부 합의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다. 국제사회의 열망에 부응하고 민족의 숙원을 풀기 위해 모처럼 조성된 긴장완화 분위기를 통일의 장정으로 승화시켜 갈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이 뜻을 모아 나가는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입력시간 2000/07/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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