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된 아들의 태권도 승품심사가 있어서 같이 국기원에 갔다. 2년이 넘게 한 태권도라 아들도 이 날을 무척 기다리는 눈치였다. 품세가 끝나고 겨루기를 준비하는데 그 진행상황이 가관이었다. 진행요원은 우두커니 서 있고 사진사가 기념촬영을 신청한 아이들을 한 쪽에 모으더니 겨루기 상대로는 체격이 작은 아이들을 한 명씩 데려다가 맞세웠다.그 와중에도 “기념사진 촬영을 접수한다”는 방송을 공공연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는 기념사진 촬영신청을 하지 않았다. 아들은 결국 머리 하나는 더 큰 상대와 겨루기를 하게 되었고 상대아이의 기념사진이 멋지게 나오는데 공헌(?)했다.
심사가 끝나고 상대아이의 나이를 물으니 아들보다 두 살위였다. 진행요원에게 부당함을 항의하자 그제서야 비슷한 체격으로 조편성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들의 심사는 끝난 후였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아이는 풀이 죽어 있었다. 기념사진 촬영접수에 눈먼 어른들의 욕심에 자신감을 잃은 아이가 너무 불쌍했다.
/조봉희·서울 은평구 수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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