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개혁 피로현상 걱정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개혁 피로현상 걱정된다

입력
2000.07.24 00:00
0 0

우리 경제가 IMF 체제에 진입한 후 2년6개월이 지나면서 개혁 피로현상이 곳곳에서 심화하고 있다. 각 부문의 개혁 추진 상황은 당초 의도했던 수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어 가야할 길은 아직 먼데도 각 경제주체들은 긴장이 많이 풀린 상태다. 자칫 또다른 위기를 맞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6월 중 실업자는 79만3,000명으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80만명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실업률은 두달째 3% 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전 48% 수준이던 임시·일용직 비율은 6월 53%로 올라갔다. 고용의 질적인 면에서는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도 비슷하다. 시중 금리는 7~8%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우량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10%가 훨씬 넘는 고금리에도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에서는 호화·사치 분위기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룸살롱 등 고급 유흥업소는 넘쳐나는 고객들로 ‘만원 사례’를 외치고 있고 호화 사치품의 수입은 갈수록 크게 늘고 있다. 국세청이 호화·사치 생활자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나설 정도이나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정부 부처는 몇달째 계속되는 개각설로 ‘개점 휴업’상태여서 개혁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스스로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부실기업들은 회생 가능성을 보이기는 커녕 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일부 기업주나 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로 부실의 규모만을 더 키우고 있다.

재벌의 재무구조 개선은 ‘숫자 놀음’에 더 치중하고 있으며, 현대그룹의 예에서 보듯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은 말만 거창할 뿐 실제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원(KDI)은 우리 경제의 성장속도가 갈수록 둔화하면서 이미 경기 정점을 지났을 수도 있다며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6개월~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코 IMF 서울사무소장도 한국은 향후 1년동안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계속 추진하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를 잃을 것이며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한국의 경제개혁은 겨우 절반 밖에 완성하지 못한 채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개혁의 피로에 젖어 머뭇거릴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이같은 개혁 피로현상이 이미 오래전부터 이야기되어 왔음에도 왜 아직 치유되지 않고 있는지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그것을 토대로 분위기를 쇄신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통령의 여름휴가 이후에 나올 대책을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