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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68)골프란 절세미인과 함께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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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68)골프란 절세미인과 함께 사는 것

입력
2000.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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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란 절세미인과 함께 사는 것이다. 골프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같다. 처음 골프채를 잡아보고 재미를 느끼다가 필경에는 골프에 몰입한다는 것은 바로 마음을 빼앗는 여성을 발견하곤 온갖 정성을 쏟으며 내 편으로 끌어들여 이만하면 일생을 함께 할 만하다고 판단, 평생을 약속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그런데 대개의 경우 남자들은 사랑하는 여인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까지는 온갖 정성을 쏟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태도가 변한다. 사랑의 강도도 떨어지고 관심이나 애정의 표현도 전만 못하다. 진정 아내를 평생의 반려자로 여긴다면 관심이나 정성이 더하면 더했지 덜해서는 결코 이득 될 게 없다는 것을 깨닫기란 쉽지 않다. 남자들은 바깥에서 정신없이 쫓기다 보면 아내가 원하는만큼 사랑을 표시하지도, 관심을 기울이지도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아내의 입장에선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아내를 방치하면 자신은 물론 온 가족의 생활이 영향을 받는다. 처음엔 남편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애를 쓰고 친정으로의 가출같은 특단의 조치까지 취하지만 남자들은 아내의 위기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거품투성이의 세상사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급기야 아내는 남편을 포기하고 집안에서 무료하게 지내며 자기학대를 하거나 엉뚱한 곳에서 소일거리를 찾아 헤매게 된다.

이런 유혹을 잘 견뎌냈다고 해도 아내는 가족 모르게 엄청난 마음의 상처를 입고 상실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남편들은 깨닫기 힘들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골프에 정성을 쏟다가도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이 정도면 됐다’싶어 연습을 게을리 하고 골프클럽을 잡는 회수도 줄어든다. 그만큼 골프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주말 필드에 나가서나 골프채를 잡아보는 식으로 되어서는 골프감각이 유지될 턱이 없다. 골프채에 번져가는 녹과 함께 머리 속의 골프감은 희미해지고 골프에 필요한 근육은 느슨해진다.

뭔가 잘못된 것이 있으면 부단한 훈련으로 교정해야지 방치해두면 불치병에 걸리고 만다. 처음 녹이 슬기 시작할 때는 녹을 쉽게 씻어낼 수 있지만 녹이 깊이 파고 들면 골프의 감 자체가 부서져버리고 만다. 최후에는 골프와의 결별을 작심할 만큼 골프의 모든 감이 달아나 버린다. 무관심하게 방치해둔 여인이 집을 나가듯. 이때는 후회해도 이미 늦다.

편집국 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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