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점찍어 놓았다는 깜짝 놀랄 ‘제3의 인물’이 정가에 화제다. 특히 민주당 사람들의 관심도는 높다. 제3의 인물에 대해 귀동냥을 하려고 열심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제3의 인물’ 윤곽을 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그렇다면 제3의 인물론은 민주당과 청와대의 주장처럼 ‘뜬구름’같은 얘기인가.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민주당내에는 자천 타천의 대권주자들이 몇명 있다. 그러나 이들은 유권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영남지역의 정서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여권은 이런 연유로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대선 주자중 어느쪽에 승산이 있는가를 곰곰이 따져 봤을 터다. 따라서 여권 핵심부가 당밖의 제3의 인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나름의 당위가 있다.
■제3의 인물에 대해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홍구씨 정몽준씨 유종근씨 등이 거명되고, 박근혜씨의 이름도 나온다. 앞의 세 사람은 아닌 듯 한데, 박근혜씨라면 깜짝 놀라기는 하겠다. 그러나 현실성은 희박하다.
일이 이 쯤되자 누군가 아직 설익은 얘기를 의도적으로 퍼뜨린 것이 아니냐는 식의 의문도 제기된다. 대권주자들의 여권내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또는 진짜로 제3의 인물을 만들어 내기위해 여권 핵심부가 일부러 바람을 잡는 것이라는 얘기다.
■‘깜짝 놀랄 후보’의 원작자는 YS다. YS는 97년 초쯤 느닷없이 “깜짝놀랄 만큰 젊은 사람이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언급, 신한국당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시 이 언급의 파장을 적절히 이용한 사람은 다름아닌 ‘젊은 이인제씨’였다.
이인제씨는 그에 힘입어 결국 대선후보의 반열에 올라섰다. YS가 딱이 이인제씨를 염두에 둔 증거는 없으나, 유사시 이회창씨를 견제하기 위한 대항마로 이인제씨를 고려한 흔적은 여럿 발견됐다. 그 이인제씨가 지금은 민주당의 대권주자 후보로서 포스트 DJ를 노리고 있다.
그의 측근들은 제3의 인물론에 대해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깜짝놀랄 젊은 후보’라는 말에 힘입어 정치적 입지를 키웠던 그가 이제는 ‘깜짝놀랄 제3의 인물’때문에 묘한 입장에 처해 있다. 얄궂은 운명의 반전이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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