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눈에 띄는 한가지 풍경은 어디에나 걸려있는 거울이다. 유럽에는 화장실에나 가야 거울이 있지만 서울은 그렇지 않다. 정성들여 화장을 한 아가씨들이 -사실 얼마전 세계에서 화장품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여성이 한국여성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 계단을 오르 내릴 때마다 보라는 이유에서인지 대부분의 지하철역 뿐 아니라 내가 다니는 대학에도 각층마다 큰 거울이 걸려 있다.유럽과 비교해 또하나의 이색적인 풍경은 서울에는 시계가 걸린 곳이 드물다는 점이다. 처음 학교에 갔을때 나는 강의실마다 시계가 걸려있으려니 했다. 물론 헛된 기대임을 아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행은 많이 했지만 서울처럼 시야에 큰 시계가 들어오지 않는 도시를 본 기억이 없다.
유럽의 전통양식들과 다르기는 해도 서울의 교회들은 대부분 시계가 걸려있지 않고 유심히 관찰해보면 심지어 지하철 승강장에조차도 좀처럼 시계를 찾을 수 없다. 한국사람들이 약속에 늦는데 둔감해진 것도 그래서일까.
생각해보면 사실 도시 풍경을 결정짓는 것은 전통적인 건물양식 같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서울의 흔한 거울과 드문 시계 같은 작은 요소들이 바로 도시의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청결함 역시 서울의 인상중 하나다. 지하철을 타보면 알 수 있는데 스웨덴의 지하철안은 여기저기 철없는 10대와 취객들이 그려놓은 낙서로 가득하고 의자들은 칼로 뜯겨져 있다. 반면 서울의 지하철은 너무나 깨끗하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에서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입구에 낙서들로 가득하고 집 여기저기가 훼손돼 수리비가 임대료를 높이는데, 서울의 아파트 단지는 아주 깨끗하다. 자판기도 그렇다.
스웨덴에서는 잦은 훼손으로 30년전에 이미 자판기가 거리에서 사라졌지만 서울에선 어디에서나 동전을 넣으면 시원한 음료를 뽑아 마실 수 있다. 자판기뿐인가. 설치만 되면 케이블이 잘리고 부스가 박살나는 것이 스톡홀름의 공중전화인데 서울의 그것은 잘 보전되고 있다. 서울에서 이런 풍경이 사라져서는 안될 것이다.
/스벤 울로프 울손·한국외국어대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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