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지역포럼(ASEAN Regional Forum·ARF)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 가입 10개국과 이들의 대화 상대국 10개국, 몽골과 파푸아뉴기니 등 모두 22개국의 외무장관이 참가하는 아·태 지역의 유일한 국가간 안보협의체다. 경제문제를 제외하고 주로 정치와 안보상황 등을 다루기 때문에 아세안지역안보포럼으로도 불린다.1994년 ASEAN 국가들이 주축이 돼 태국 방콕에서 결성된 뒤 미·일·중·러 및 한국이 참여하면서 명실상부한 지역안보 협의체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북한은 23번째 회원국이 된다.
ARF는 출범 이래 회원국간 신뢰구축 예방외교 확대 역내 분쟁에 대한 효과적 접근의 3단계 접근 방법을 통해 냉전종식후 아·태지역이 처한 도전을 평화와 안정기조로 바꾸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반도 문제는 ARF의 단골 의제로 97년 콸라룸푸르회의에선 한반도 4자회담을 환영하는 의장성명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6차 회의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를 담은 의장성명이 각각 채택됐다.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회원국 외무장관 회담. 회의 기간엔 회원국들간의 양자회담이 활발하게 열린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ARF, 27일 방콕서 개최
2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은 남북이 정상회담 후 국제사회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상생(相生)의 외교’를 펼칠 무대가 된다.
북한은 이번 7차 ARF회의에서 23번째 회원국으로 가입,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일의 안보협의체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북한의 ARF 가입은 북한이 다자회담의 틀 속에서 국제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새롭게 확보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북한은 이번 회의기간에 미국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태국 호주 등 8개국과 양자회담을 갖기로 합의함으로써 다른 국가들과 ‘1대 1’접촉을 통한 관계개선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북한의 경제회생에 필수적인 아태경제협력체(APEC)나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IBRD) 등 국제 기구 가입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다가 북한은 남한 주도로 진행된 한반도 정세 평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반영시킬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게 됐다.
정부는 북한이 ARF 가입으로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될 것이라며 지지하고 있다. 북한이 대외관계 개선을 가속화하면 할수록 한반도 주변의 적대적 질서가 해체되고 평화공존의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ARF가 회원국에 국방백서 공개 고위안보 관계자 교류 군사훈련 실시 통보 등의 의무를 지우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회의 참가는 한반도 안보의 불안정성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이번 회의기간에 미국 일본 중국 태국 캐나다 유럽연합(EU)등과의 개별회담에서 북한과의 적극적인 관계개선을 권유하고 대북 경제지원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남북이 외교분야에서 공식적인 대화창구를 마련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협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점이 남북한 ARF 동시 가입의 가장 큰 소득으로 평가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과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이 26일 오후 갖기로 한 남북 외무장관회담은 남북이 화해와 협력의 외교를 지향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 움직임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가입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ARF 회의기간중인 26일, 27일 전체회의 참가와는 별도로 개별회담을 갖기로 한 나라는 23일 현재 8개국.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일본 외무장관을 비롯, 중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태국 및 유럽연합(EU)의장국 자격으로 참가하는 프랑스 외무장관과 연쇄 개별회담을 갖는다.
백외무상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간중 개별 접촉했던 이탈리아 호주 필리핀이 올들어 북한과 수교 또는 복교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여러 국가와의 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것 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중 북미, 북일 외무장관 회담은 26일 오후 예정된 남북 외무장관 회담과 함께 ARF 3대 이벤트로 꼽힌다. 북한과 미국·일본이 관계개선을 위한 중대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자리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미·일측은 이같은 상징성을 감안, 올브라이트_백남순, 고노_백남순간의 접촉을 단순한 회동이 아닌 정식회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양자회담이 국가당 15분~30분씩만 할애되는 ‘토막 회의’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할 때 실질적 현안 논의보다는 관계개선의 큰 틀을 짜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미회담은 관계정상화를 위해 양측이 해야 할 조치들을 원칙적으로 확인하는 선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일 외무장관회담도 지난해 11월 베이징(北京)에서 재개한 뒤 과거사 사과와 일본인 납치 문제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수교회담의 물꼬를 트는 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차 수교회담 일정이 잡히는 것 등이 현실적 기대치다.
이와 함께 캐나다·뉴질랜드와는 수교 원칙과 개략적 일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대사급 국교수립 상태인 호주·태국과는 양자 관계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 같다. EU 의장국인 프랑스와는 북한_EU간 정치대화와 대북 경제지원 방안 등이 핵심의제가 될 전망이다.
/김승일기자
■난마처럼 얽힌 북한 미사일문제가 과연 풀릴 것인가.
북·미간의 외무장관회담을 위한 베를린 준비회담이 비교적 성공리에 종결됨에따라 2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총회 개막 전날인 26일 역사적인 북·미외무장관회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방콕 북미외무장관회담에서 양국간의 제반 현안이 모두 다뤄지되 북한 고위급인사의 방미성사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리스트 해제 등을 서로 주고받는 이른바 ‘바터(Barter)식 타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동이후 ‘조건부 미사일 개발 중단’이라는 새로운 북한미사일 해법이 등장함으로써 이 문제가 북·미 외무장관회담의 최우선 이슈로 등장했다.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을 저지하기 위한 푸틴 대통령의 절묘한 견제구인지 혹은 김위원장의 외교적 술수인지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미국은 위성추진체 카드에 대해 기본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북·미 미사일협상에 관여했던 미 외교관계자는 22일 “1996년 4월이래 진행된 미사일협상에서 단 한번도 위성추진체 지원 문제는 거론된 적이 없었다”며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인공위성발사라고 주장한 것과 북한의 현재 경제력에 비추어 위성 발사를 추진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새 카드는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다”고 밝혔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미국은 일단 방콕회담에서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다만 미 외교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미국은 북한밖에서 북한의 위성을 대신 쏘아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북한에 위성추진체를 직접 지원하거나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선으로 기본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와 관련, 미외교관계자는 미사일문제가 방콕회담에서 논의는 되겠지만 구체적인 협상은 미사일협상이라는 별도 테이블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방콕회담에서는 북·미간의 외교관계수립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심도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고위급회담 성사의 최대 걸림돌인 테러지원국리스트 해제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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