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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열전/ MBC '피자의 아침' 권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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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열전/ MBC '피자의 아침' 권재홍

입력
2000.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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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타이틀만큼 변신을 모색했다.MBC가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 눌려 오랫동안 주목을 받지 못한 아침 시간 뉴스 프로그램을 살려보기 위해서다.

PD와 기자가 만든다 해서 톡톡 튀는 이름을 가진 ‘피자의 아침’. 시사정보국 김승한 국장을 비롯한 간부진은 앵커 선정에 주저함이 없었다. 권재홍(43) 앵커.

한국 방송의 뉴스진행자에겐 늘 근엄주의와 권위주의 냄새가 난다.

하지만 그만큼 견고한 엄숙주의를 타파하는 데 일관되게 노력한 사람도 드물다.

“안방에서 시청자들이 뉴스를 편하고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내 자신부터 뉴스 전달방식이나 의상, 제스처,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합니다.”

2년전 MBC ‘생방송 임성훈입니다’에선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주말 뉴스 앵커를 맡았던 권재홍이 출연해 기타를 치면서 ‘골목길’을 멋드러지게 불렀다.

곧 바로 뒷말이 무성하게 나왔다. “앵커가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주책을 떨어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말이 들려요. 그러나 개의치 않았어요.” 이런 자유분방함은 뉴스 진행에도 잘 드러난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 팬들이 모인다. 젊은이들과 아줌마들이 달려 들어 사인을 해달라고 한다.

그의 앵커관은 ‘식당 간판론’이다. 식당에 들어설 수 있는 안내 역할을 하는 간판을 보고 손님들이 식당을 고르듯 앵커를 보고 뉴스 시청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한국 방송 뉴스가 앵커를 고려 않고 뉴스의 배열이나 내용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앵커에 따라 뉴스의 색깔이 달라져야 진정한 앵커의 역할이 정립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뉴스만을 단순히 전달하는 영국식 프리젠터(Presenter)를 거부하고 뉴스의 편성권과 취재기자의 파견권을 갖고 뉴스의 색깔이 차별화한 미국식 앵커를 지향한다.

아들이 기자를 하겠다면 말리겠다는 그가 기자가 된 것은 서울대 생물학과 재학 시절 활동했던 방송반과 관련이 있다.

1981년 방송사에 입사할 당시만 해도 기자가 되길 원하는 학생은 신문사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리포팅하는 것이 좋아 방송기자가 됐고, 사회부 보도제작부 등을 거쳤다.

그리고 앵커와의 인연은 1996년부터 시작한 주말 9시 뉴스데스크.

오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피자의 아침’을 진행하기 위해 출근하는 시각은 새벽 3시 30분. 아침 시간대 생방송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육체적 정신적 긴장도는 시청자의 상상을 초월한다.

출근해 조간 신문을 읽고 각 코너의 뉴스를 모니터한 다음 뉴스 멘트를 작성한다.

대략 분장을 끝내고 스튜디오로 들어서는 시각은 오전 6시 20분. 2시간 30분의 방송이 끝난 다음에야 식당으로 내려가 식사를 한다. “방송이 끝나고 먹는 밥은 모래알을 씹는 맛이지요.”

“생활 시간대가 달라 아이의 얼굴은 잘 못보지만 아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지요.

그러나 아파트 단지에서 아줌마들이 얼굴을 알아봐 아내가 힘들어하고 행동도 부자연스러워요. ” 자신의 인기가 가족에게는 피해라는 생각에 늘 미안하다. 정열적인 연애에 이은 빠른 결혼으로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두었다.

아들이 몇 반이냐는 질문에 “모르겠는데”라며 머쓱해했다. 아침 뉴스를 맡고부터는 야주파(夜酒派)에서 벗어나 주주파(晝酒派)가 됐다.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스타일이다.

“한국 방송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보수적, 권위적, 공급자 중심적인 뉴스를 쉽고 편한 수용자 중심의 뉴스로 전환하고 싶은 게 꿈입니다”고 말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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