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공해, 심지어 쓰레기라는 비아냥까지 감수하고 있는 ‘건축물 미술장식품’에 대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첫 공청회가 20일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주최로 서울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도시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신축, 증축되는 건축물(연면적 1만㎡ 이상)에 건축비용의 1%에 해당하는 미술작품을 설치하도록 강제한 ‘건축물 미술장식품 제도’는 1984년 첫 시행된 이후 뇌물수수, 리베이트 등 비리의 온상이 돼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삼철(공공미술 기획자)씨는 ‘미술장식품’이라는 개념을 하루빨리 ‘공용공간을 위한 공공미술’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미술장식품의 개념이 ‘공간’(Public Space)이 아닌 ‘건축물’을 위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건축주는 미술장식품을 건축물에 부속하는 사유물로 여기고 작품의 질보다는 리베이트를 많이 보장하는 작가를 우선 선정해왔다고 지적했다.
외형적으로만 1%법을 준수해 왔을 뿐 리베이트를 약속하는 이면계약, 이중계약의 파행적 납품 관행이 일반화해 왔다는 것. 리베이트는 제작비 축소, 화랑이나 작가의 재고품을 쓰레기 치우듯 처리하는 등 수준 낮은 시멘트 덩어리들을 도심 공간에 쏟아붓는 악순환의 고리 역할을 해왔다.
또 상당수 건축주는 리베이트 보장과 함께 심의를 잘 통과할 수 있는 작가를 선택, 극소수의 작가만이 미술장식품을 독점하는 미술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했다.
또 이러한 선택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브로커까지 개입, 리베이트에 브로커 비용까지 추가돼 실제작비는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거듭돼왔다.
또다른 발제자 양현미 한국 문화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은 “현행 심의제도는 미술장식품 작가와 동업 관계에 있는 작가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문제점”이라면서 “인맥과 학맥으로 묶여 있는 미술대 교수들을 제외하고 대신 평론가, 미술사가, 큐레이터, 시민단체 대표 등을 참여시켜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공공미술재단 같은 전담기구를 설립하고 사전평가와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건축물 미술 장식품 설치비용의 상한선을 종전 1%에서 0.7%로 경감하는 내용으로 현재 입법예고 중인 문화예술진흥법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공공건물에 대해서는 1%를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우리나라 미술장식품 설치 규모는 연간 300억~350억원 정도(1999년 303억원). 여기에 기념조형물(천년의 문 300억원, 대구 2002월드컵 조형물 8억원), 조각공원(김포조각공원 17억원) 등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400억~4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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