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의 17번홀은 명성 그대로 브리티시오픈 첫 날부터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마의 홀’이었다.홀 오른쪽을 따라 그린 뒤까지 폭 4∼5m쯤 되는 아스팔트 도로가 이어져 ‘로드홀’의 별칭을 갖고 있는 이 홀은 파4의 455야드짜리로 페어웨이가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인데다 페어웨이 오른쪽은 도로, 왼쪽은 깊은 벙커와 러프가 도사리고 있어 자칫 잘못 공략하면 3∼4타를 순식간에 까먹는 까다로운 곳이다.
1라운드의 대표적 희생자는 16번홀까지 이글 1개, 버디 6개, 보기 1개로 7언더파의 기염을 토하며 단독선두를 달리던 인디언골퍼 노타 비게이 3세. 그러나 이 곳의 악명을 뛰어넘지 못하고 트리플보기로 실족, 공동 11위로 주저앉았다.
그의 불행은 티샷이 왼쪽으로 말려 깊은 러프에서 빠지면서 시작됐다. 세컨샷은 더 깊은 러프로 빠져들었고 혼신을 다한 서드샷은 그린을 훌쩍 넘겨 실개천의 진흙탕에 박혔다. 결국 5타만에 그린온, 2퍼트로 홀아웃해 통한의 트리플보기를 기록했다.
심리적 안정이 무너진 탓인지 18번홀에서도 보기의 후유증을 남겨 3언더파 69타로 경기를 마쳤다. 또 폴 에이징어도 더블보기를 하는 등 대부분의 선수들이 파세이브 하기에도 허덕이는 모습이었다.
반면 타이거 우즈는 멋진 샷으로 위기를 탈출, 찬사를 받았다. 우즈는 티샷이 왼쪽으로 말리면서 무릎까지 오는 깊은 러프에 공을 빠트렸다.
채가 빠져나오기도 힘든 러프에서 마치 춤이라도 추듯이 폴로스로가 흔들릴 정도로 온힘을 다해 샷, 그린 바로 앞에 떨어뜨렸고 2퍼트로 파를 세이브하는데 성공했다. 어니 엘스는 이 곳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단독선두로 나설 수 있었다.
/남재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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