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정은 멜로디에 강하다. 전주만 들어도 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흥이 나는 ‘첫사랑’은 캔커피 CF에 쓰이기 이전에도 그녀의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지난해 2집 ‘가위손’에서 보여준 싱어송 라이터 임현정(26)의 매력은 귀에 착착 감기는 선율을 아주 잘 만들어 낸다는 데 있었다.
소년 같은 매력을 풍겼던 임현정이 여자 티를 물씬 풍기는 느낌으로 다시 다가왔다. 노래는 물론 패션에서도 성숙한 여성의 맛이 난다. 세번째 앨범 ‘은하철도 999’. 역시 마니아들에겐 뭔가 메시지를 던지는 타이틀이다.
타이틀 ‘고마워요’는 ‘첫사랑’에서처럼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는 곡이다. ‘내 꿈의 반을 네게 주고 싶어/ 내 세상의 반을 너에게만 주고만 싶어/ 내 소망의 반을 너에게 줄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서는 소녀 같은 심정의 노랫말이다. 80년대 팝을 듣는 듯 복고적인 멜로디와 사운드다.
브라스 세션이 인상적인 ‘조금만’, 이별을 하고 난 뒤의 아픔을 특유의 보컬로 노래한 ‘이별’은 모던록이라기보다는 발라드에 가깝다.
오히려 임현정만의 매력이 살아있는 곡은 ‘픽션(만나고 싶다!UFO)’. 톡톡 튀는 상상력과 멜로디가 조화를 이룬 노래로 새로운 스타일에 이질감을 느낄 임현정의 옛 팬들을 위로하는 노래이다.
‘난 다시 태어날거야/ 난 다시 태어날거야/ 어제의 내 모습은 모두 잊을거야’. 피아노가 이끄는 신선한 반주에 몽환적인 멜로디 진행이 매력적인 ‘은하철도 999’는 음반 중에서 싱어송 라이터 임현정의 매력을 살려주는 곡이다.
2집에서 ‘2년생 신드롬’의 우려를 딛고 한 단계 성숙한 기량을 보여 주었던 임현정. 그러나 3집에서 암초에 걸린 것 같다.
보컬은 성숙하기보다는 기력이 쇠한 느낌이며, 작곡이나 편곡에서도 새로운 시도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곡진행이나 보컬 모두 도발적인 매력이 가득했던 그녀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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