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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만화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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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만화 ‘소용돌이’

입력
2000.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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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악마, 시체, 선혈…. 나선 모양의 단순한 무늬가 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공포를 준다면? 지난주 3권으로 완간된 이토 준지의 ‘소용돌이’는 그 나선 기호 속에 인간의 본원적 공포를 섬뜩하게 담아냈다.조용한 마을 쿠로우즈. 어느날부터 소용돌이의 신기한 힘을 느끼고 집안을 온통 소용돌이 무늬로 채우고 심지어 먹는 물, 목욕물까지 휘저어 소용돌이를 만들던 한 중년 남자는 자신의 몸마저 둥근 틀의 소용돌이에 말려 죽는다.

그의 화장터에 떠도는 연기도 소용돌이. 그의 아내는 소용돌이에 대한 혐오로 자기 손의 지문까지 뜯어내고, 귓속 평형기관 ‘소용돌이관’을 드릴로 파버릴 정도로 미쳐 죽어갔다.

이후 이 마을에는 소용돌이의 저주가 시작된다.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력을 지닌 미모의 여고생, 그녀는 이마에 난 소용돌이 모양 상처로 자기를 따라다니던 남자를 삼켜 버렸고, 그 상처에 스스로도 빨려 들어가 죽어 버린다.

소녀들의 길고 찰랑거리는 머릿결도 언제부턴가 소용돌이 모양으로 말리기 시작하여 사람의 목을 조르는 흉기가 된다.

소용돌이를 치며 날아드는 모기에 물린 임산부들은 드릴로 사람의 몸을 파고 피를 빨아먹는다.

물론 이 작품도 ‘공포’ 의 기본 장치인 피투성이 시체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포는 소용돌이라는 일관된 도형에서 유발된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숨을 조여오는 긴장감. 눈 앞에 펼쳐지는 소용돌이의 공포는 오금이 저릴 정도로 혐오스럽고 충격적이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눈만 아프고, 도대체 그 근원을 짐작할 수 없는 도형의 공포. 그러기에 더 섬뜩하다. 종이라는 평면공간, 투박한 흑백 필체가 어떤 특수효과나 컴퓨터 그래픽보다도 소름을 돋게 한다.

지은이 이토 준지는 악령의 머리카락, 얼굴 도둑, 토미에 등 섬세한 그림체와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가득한 작품을 발표한 일본 최고의 공포 만화가. 작년 발간된 ‘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으로 국내에도 상당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15세 이상 구독가능’에 ‘임산부·노약자 구독금지’의 딱지까지 붙어 있는 ‘소용돌이’, 읽고 나면 주위의 나선 모양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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