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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살리자/(5)철새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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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살리자/(5)철새가 사라진다

입력
2000.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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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새만금 갯벌은 둥지로 돌아가는 물새들로 장관을 이룬다. 맑고 투명한 소리를 내며 석양에 물든 수평선 위를 날아가는 새들의 모습이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운다.새만금 갯벌은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이다. 환경부가 올 2월 실시한 ‘2000년 철새센서스’ 에 따르면 매년 이곳에 우리나라 철새 118만4,000여마리 가운데 16.3%에 달하는 19만3,000여마리가 찾아온다. 지난해까지 최대 철새 도래지였던 해남지역은 간척사업과 수질오염으로 32만8,000여마리에서 16만1,000여마리로 철새가 줄었다.

새만금갯벌을 찾아오는 새 가운데는 희귀종도 상당히 많다. 지구상에 550여마리밖에 없는 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가 동진강 하구에서 14마리나 발견됐고 전세계 개체수가 5,000여마리인 넓적부리도요도 만경강과 동진강 일대에서 250여마리나 확인됐다. 간척이 이뤄지면 이 고귀한 자산은 우리나라는 물론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지 모른다.

우리나라 갯벌은 국제 철새이동경로의 핵심서식지이기 때문에 세계적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러시아와 알래스카에서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이동하는 도요·물떼새류는 50여만마리나 우리 갯벌을 거쳐간다. 영국출신 조류연구가 닐 무어(32)는 우리나라에 관한 글을 쓸 때마다 “한국의 갯벌은 아마존의 열대우림에 비견되는 생태자원의 보고”라는 구절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새들의 낙원’은 매일 사라져 간다. 우리 갯벌 29곳중 물새 2만마리 이상 상시 서식 특정 철새가 전세계 개체수의 1% 이상 서식 등 람사협약(물새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 기준을 충족시키는 곳은 17곳에 달한다. 습지보전연대회의가 1998년 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가운데 대부분인 13~14곳이 대규모 훼손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인천 앞바다 영흥도와 순천만도 위기에 빠진 철새도래지다. 영흥도는 천연기념물 326호로 지정된 검은머리물떼새, 361호인 노랑부리백로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이 새들이 집중서식하는 섬남부 업벌과 내삼리 일대가 매립계획지로 잡혀있다.

순천만에는 전세계에 9,500여마리밖에 존재하지 않는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가 매년 80~115마리 찾아온다. 이 새는 중국 러시아 몽골에서 겨울에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이동한다.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는 “순천만은 넓지는 않지만 갯벌 주변의 높고 낮은 구릉지, 만을 에워싸는 염습지, 조용한 농촌마을, 바다쪽의 섬, 동천 부근의 광활한 갈대밭 등 철새를 위한 완벽한 서식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순천만 와온포구와 대대포구 건너편 용산 아래 해평들쪽에서는 이미 방조제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장산염전이 대하양식장으로 변하면서 주인들은 새만 날아들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공포탄을 터뜨린다.

다음도래지인 일본의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순천을 찾아와 주민들에게 흑두루미를 보호해달라고 호소할 지경이다. 일본측은 1940년대말 250여마리에 불과하던 흑두루미를 각종 보호프로그램을 통해 8,000여마리까지 불려놓았다.

영종도는 예정대로 간척이 진행될 경우 새만금 영흥도 순천만 등이 어떻게 변할 지 보여주는 산 증거다. 한때 이곳은 람사협약 보호종인 민물도요의 천국이었다. 그러나 88년 2만3,000여마리에 이르던 이 새가 매립 이후 거의 사라졌다. 하구둑을 막아 갯벌을 없애버린 금강도 철새 개체수가 절정기의 3분의1 수준인 2만5,000여마리로 줄었다.

도요·물떼새류는 이미 자신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우리나라를 외면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겨울철새 가운데 청둥오리 가창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3개종이 67.1%에 달할 정도로 종류가 단순화하고 있다.

김수일(金守一·생물교육과)한국교원대 교수는 “이런 저런 보호조치를 하고 천연기념물 등으로 지정해도 서식지를 파괴하면 물새는 죽는다”며 “한 종류의 생물이 없어진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간척사업으로 사라질 철새서식지를 지키기 위해 시민 모금으로 토지를 매입하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운동’(공동대표 고은·김상원)은 대규모철새도래지인 전남 해남군 영암호와 금호호 일대를 매입, 보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오성규(吳成圭)사무국장은 “해남 간척지는 해마다 우리나라 월동 철새의 20%인 25만~30만마리가 찾아드는 곳”이라며 “영암호 3,000만평 가운데 주요도래지인 당두리지역 80만평과 금호호 지역 50만평 등 130만평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매입비용은 52억원(평당 간척비용 4,000원기준). 이 가운데 1차로 5억원 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모금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해남 간척지를 매입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지난해 1월 이곳에서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갈매기 등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철새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해남은 특히 이들 철새가 시베리아를 출발, 최종 목적지인 호주에 다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러 영양분을 보급받는 귀중한 땅이다. 반대로 호주에서 시베리아로 날아갈때는 넓은 대양을 건넌 끝에 처음으로 쉬어가는 기착지이기도 하다. 1993년 영암방조제 완공으로 농지가 늘어나자 풍부해진 먹이를 찾는 철새의 수가 한때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농업기반공사가 호안공사와 수로공사에 들어가면서 철새서식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영암호 당두리 지역은 간척지 가장자리의 갈대를 갈아엎고 돌로 덮는 공사가 한창이며, 습지도 수로공사로 파헤쳐지면서 물이 빠지면서 바닥이 갈라지고 있다.

조명래(趙明來)단국대교수는 “호안·수로공사가 철새 서식환경을 급속히 파괴하고 있다”며 “철새들이 쉴 수 있는 갈대밭과 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지역토지를 매입, 친환경적인 농업을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운동’은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 및 문화자산을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지키기 위해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시민환경운동이다. 시민이 모금으로 토지나 시설을 사들이거나 개인으로부터 기증받아 이들 자산을 지킨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1895년 이 운동이 시작돼 이미 국토의 1.7%를 매입한 상태다. 이밖에 미국 일본 호주 등 26개국에서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월25일 운동단체가 발족, 환경운동연합 최열사무총장, 환경정의시민연대 원경선이사장 등 500여명과 연안보전네트워크와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등 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매입대상은 갯벌, 희귀 동식물 서식지, 자연경관이 우수한 지역, 문화·역사유적지 등으로 강화갯벌 시흥갯벌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 태안반도 신두리 해안사구 충남 태안군 천리포수목원 제주 선흘곶 서울 둔촌동 습지 광주 무등산 영월 동강 등 10곳이 후보지로 선정됐다.

10번째 후보지인 동강지역의 경우 50억원의 모금으로 문희마을 등 10만평을 매입키로 했다. 2020년까지는 100곳을 선정해 국토의 1%를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문의 (02)3675-9595

■한국조류보호협회 부설 금강습지교육원(전북 군산시 나포면 서포리)은 22일부터 1박2일간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다.

녹색연합 전북지부, 조류보호협회 군산지회, 전교조 전북지부 등 전북지역 시민·환경단체와 시민 등 70여명이 참가하는 이날 간담회에서는 간척사업으로 인한 갯벌파괴와 새만금 갯벌의 미래에 대한 토론이 열린다. 23일에는 새만금매립지 현장을 답사하고 갯벌탐사활동을 벌인다.

금강습지교육원은 1998년부터 매년 초·중·고교생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갯벌탐사(6~9월), 철새캠프(11~2월)을 열고 있다. 문의 (063)453-47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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