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헤어진 가족에 대해 사망·실종신고를 해버린 ‘월북·납북자’가족 등 이산가족들이 북한측에서 보내온 8·15이산가족 상봉 후보명단 공개이후 ‘호적회복’을 위해 관계기관에 문의하거나 신청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하루 평균 300여건에 이르고 있다.한국전쟁 때 소식이 끊긴 동생에 대해 사망신고를 했던 김재환(70)씨는 북측이 보내온 명단에서 동생 이름을 확인하고 19일 대한적십자사를 찾았다. 법원에 ‘호적정정 신청’을 하려고 동생 사진이 붙어 있는 북측 명단을 복사하기 위해서였다.
20일 대한적십자사를 찾은 박모(73·여·평남 출신)씨는 “그동안 고교생이던 남동생이 월북한 사실을 숨겨왔다”면서 “91년 사망신고를 했는데 이번 북측 명단을 보고 살아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호적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물어보러 왔다”고 말했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 등 관계당국은 한국전쟁 당시 8만4,000여명이 ‘납북’됐다고만 추정할 뿐, 월북자 숫자나 그 가족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대책본부 박정규(朴井圭) 본부장은 “북측에서 전해온 명단에 이미 호적상 ‘사망자’로 기재된 사람도 발견됐다”며 “이산가족 상봉이 활발해질수록 유사한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망·실종신고로 호적에서 삭제된 사람이 생존한 것으로 밝혀져 호적을 정정하려면 통일부나 대한적십자사 등 공인기관으로부터 생존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공적 장부나 사진 등 증빙서류를 발부받아 본적지 관할법원에 ‘호적정정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법원이 정정 결정을 내리면 결정문을 시·군·구청이나 읍·면사무소 등 호적관련 부서에 제출하면 정정된다.
월북자 가족으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는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법원을 거치지 않고 증빙서류만으로 호적정정 작업을 이뤄지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관계부처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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