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우리 집에는 작은 전쟁이 일어난다. 지각하지 않고 학교에 보내려는 엄마와 조금이라도 더 자려는 나와의 전쟁이다. 결국 나는 머리카락의 물방울을 날리며 도시락과 신주머니에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나선다.교문 앞에서 마주치는 선도부들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학교는 정신없이 돌아간다. 시간마다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은 수행평가를 위한 과제를 계속 내주시고, 교과서나 노트를 가져오지 않는 친구들은 감점을 받고, 실내화를 신고 밖으로 나간 친구들도 벌점을 받고, 수업중에 핸드폰이 울린 친구들은 핸드폰을 뺏기고 벌점을 받고, 선생님의 매질이 소문으로 떠돌고, 학교 기물 파손 등이 일어나고 학교는 그날을 마무리한다.
집에 돌아오면 과외와 학원으로 또 다른 하루가 이어진다. 내신을 위해서는 영어와 수학만으로는 안된다. 가창 시험을 위한 한 타임짜리 성악 과외, 체육 시험을 위한 일요일 아침의 체육 내신 과외, 보편화된 미술 과외까지…. 영어와 수학도 앞서가는 사람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선수 학습이 행해져 힘이 들기만 하다.
친구들과 과외와 학원 때문에 맞지 않는 시간을 짜맞추어 수행 평가를 위한 조별 학습을 한다. 세계사 신문 만들기, 가족 신문 만들기, 소설을 희곡으로 각색하여 녹음해 제출하기, 여론 조사 하기, 탐구 과제 하기, TV 감상문 쓰기…. 연극 ‘모스키토 2000’에 비춰진 우리 모습이다.
‘모스키토 2000’은 충격이 아니다. 숨막히게 앞으로만 달려가라 강요하는 선생님과 부모님, 눈만 뜨면 바뀌는 입시 제도, 여론에 따라 뒤흔들리는 선생님과 부모님 그리고 교육부 관계자들. 세상은 우리에게 완벽을 요구한다.
공부도 잘 해야 하고, 창조성도 뛰어나야 하고, 거기에 인간성도 좋아야만 하는 가엾은 우리들. 내신이라는 이름으로 1년에 4번 피를 말리는 전쟁을 치르고, 수행 평가라는 이름으로 매시간마다 점수의 바다속에서 헤엄치는 성적의 감옥 속에 갇혀있는 안타까운 우리들. 학력이 자꾸만 저하된다며 우리들의 우둔함을 걱정하는 신문 기사는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
어른들은 모른다. 철마다 한강의 푸르름이 다른 느낌으로 우리의 마음에 와 닿고, 하나 둘 켜지는 아파트의 불빛에 때때로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드는 것을. 우리도 사람처럼 살고 싶어서 쓸쓸하다는 것을 어른들은 진정 모를 것이다.
/박승민 광남중학교 2학년
‘1318마당’에 글이 실린 청소년에게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도서상품권을 드립니다. e-메일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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