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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끼어든 '北미사일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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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끼어든 '北미사일 게임'

입력
2000.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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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드는가. 블라디미르 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북한의 ‘조건부 미사일포기 용의’를 밝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집중되는 관심이다.러시아 인테르 팍스 통신은 이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다른 국가들이 우주개발용 로켓 추진체를 제공한다면 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했는데 이대로라면 러시아는 앞으로 북한 미사일문제에 대해 적지않은 발언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나아가 러시아가 전력을 다해 반대해 온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저지할 수 있는 명분도 확보하게 된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평화적인 우주개발용 로켓 추진체 기술 제공을 할 수 있는 국가로는 러시아뿐 아니라 남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 미사일문제가 북한과 미국의 쌍무현안을 넘어 주변국의 다자간 현안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러시아의 속셈이 잘 드러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푸틴이 밝힌 주변국가들의 공동해결 방식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 문제에서 러시아가 주장해온 ‘6자회담’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NMD 구상을 저지하고 그동안 한반도의 ‘4자회담’에서 제외됐던 ‘설움’을 일거에 만회할 수 있는‘꿩먹고 알먹는’식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된다.

미국은 20일 일단 김 위원장의 발언 진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럴 수록 사태의 관건이 푸틴의 ‘직접 발언’에 달려있는 상황인 만큼 러시아의 영향력은 이미 작동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21~23일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도 푸틴의 방북결과 설명은 주요 관심사로 등장하게 됐다. 이런 점에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미사일게임’주도권을 어느 측이 갖느냐를 판가름할 수 있는 미묘한 계기를 제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같은 러시아의 해법이 과연 국제사회에 먹혀들 수 있을까. 미국의 회의적인 반응은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미사일을 실험 발사했을 당시 이를 위성체로 발표했던 대목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미국은 특히 최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북미 미사일회담에서 북한측이 미사일 개발과 수출을 포기하는 대가로 최소 30억 달러를 요구한 점으로 미루어 북한의 진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소원했던 관계를 복원하면서 체면치레용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위성용 로켓추진체는 마음만 먹으면 군사용 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점도 미국이 푸틴의 말을 액면대로 수용할 수 없는 이유중 하나이다.

김 위원장의 ‘조건부 미사일 포기 용의’발언은 그동안 북한이 ‘강성대국’을 내세우면서 ‘미사일의 자주적 개발’을 자랑해온 것과는 배치된다. 특히 주체를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외국의 로켓 추진체와 기술을 도입한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을 비롯해 오키나와 회담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의‘입’을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장훈기자

truth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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