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번째이다. 영화관람료를 올리려는 시도는. 몇 년 전 외화 ‘에비타’에 이어 지난달 ‘미션 임파서블2’를 개봉하며 일부 극장이 7,000원을 받으려 했다.5년 전 ‘브레이브 하트’ 때 슬그머니 6,000원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으니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았다.
외화로 돈만 벌려고 한다는 관객과 여론의 비난을 ‘모르쇠’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나섰다. 협회는 14일 씨네2000 이춘연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했다.
강우석 강제규 차승재(우노필름) 김형준(한맥영화사) 이은(명필름) 신철(신씨네) 등 내로라는 제작자들이 앞장을 서기로 했다.
그들은 내친 김에 극장과의 수익 배분도 현행 5:5에서 외화와 같은 6(영화사):4(극장)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관람료 인상은 미국 직배사나 외화수입사 아니면 극장이 앞장서고, 한국 영화사는 반대로 관객이 준다고 소극적이던 모습과는 정반대이다.
극장이야 수익배분이 낮아졌지만 관람료가 오르면 오히려 수입이 늘어나니 ‘불감청 고소원’이다. 이춘연 위원장은 “문화관광부와 극장과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 올 추석부터는 인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서비스 요금 정책으로 압력은 행사하지만 관람료는 원칙적으로 극장의 자율이니 올리면 그만이다.
제작자들의 근거는 이렇다.
“그동안 한국영화 제작비가 엄청나게 올랐다. 평균 13억~18억원이다. 그러면 손익분기점(비디오, TV방영 포함)이 서울 관객 20만 명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이를 넘어선 영화는 26편 중 6, 7편에 불과했다. 때문에 7,000원으로 올려야 한다. 그러면 관객 10만~ 15만 명이면 제작비를 건진다.
흥행 부담으로 억대 스타를 캐스팅 못해 제작이 무산되는 일도 없어져 다양한 작품들이 과감하게 시도될 수 있다.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기존 극장들의 수입을 보장해 주지 않으면 문을 닫게 된다.”
들어보면 참으로 사정이 딱하다. 5년이나 묶여 있어 다른 공연 관람료에 비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외국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원가가 상승했으니 당연히 더 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맞다. 그러나 인상에 앞서 그들 스스로 거품을 만들고 원가를 상승시킨 것은 아닌가. 다투어 배우들의 출연료를 올려 놓지 않았는가.
배우들의 성과급 제도는 불가능한가. ‘비천무’처럼 요란하게 겉치장에 돈 쏟아붓고는 그 부담을 관객이 떠안으라는 말인가.
제작비를 기준으로 한다면 1억 달러짜리 외화는 얼마를 받아야 하나. 그런 외화들처럼 왜 수출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생각은 못하나.
먼저 이런 의문들을 풀어야만 관람료 인상도 설득력을 지닐 것이다. 관객 역시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서”라는 그들의 말을 믿을 것이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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