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백화점의 고액구매자 명단이 살인집단에 넘어가 우리사회를 공포분위기에 휩싸이게 한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한 대학생이 벤처기업을 창업해 타 회사의 11만명에 달하는 많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복사하여 전자우편을 통해 500만원을 받고 판매하려다가 19일 경찰에 구속됐다.또 다른 대학생은 증권정보제공업체의 컴퓨터에 침입하여 5만명의 회원계좌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여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 추천인 정보로 제공하여 66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필자 역시 최근 잘 알려진 대기업의 인터넷 쇼핑몰에 상품을 구입하려고 고객등록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본인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밖에도 사생활에 관련된 개인신상과 가족환경, 재산보유와 금융신용, 의료, 병역, 고용, 사회단체가입, 법적지위 등 많은 개인정보가 당사자의 허락 없이 공개되거나 타인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의 불법유출은 개인과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개인이 사생활을 유지하려는 의지는 인간의 기본욕구로 자연권에 속한다.
인간이 사생활을 침해당하면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끼게 되다. 그리고 나아가 수치감과 불신감이 고조되면서 인간관계와 사회를 부정적인 눈으로 보게된다. 역사적으로 많은 개인정보를 보유한 정부가 어느 정도 개인 정보를 국가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가는 개인의 기본권보호와 관련하여 중요한 정책사항이 되어 왔다.
그러나 정부가 보유한 개인정보를 특정개인이나 기업에 유출할 경우에는 사회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동시에 개인의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그러므로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에 대한 보호는 우리가 어떠한 미래 공동체를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개인정보의 불법유출이 증가하는 주된 원인은 급속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사회구조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6년간 인터넷 이용자가 100배 증가하여 4월말 현재 1,456만명에 이른다.
오늘날 모든 개인 정보는 디지털로 부호화해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의 한 부분이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격적인 개인정보는 물건이나 상품으로 탈인격화 되어 시장에 유통된다. 우리사회에서 정보화가 빨라질수록 개인정보에 대한 탈인격화와 유출이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오늘날 인터넷과 정보통신분야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젊은 네티즌들은 기성세대와 다른 언어와 취향으로 독특한 하위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기성세대가 이해할 수 없으며 불법적인 개인정보의 유출이 그들 세계에서는 정당화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개인정보 불법유출을 예방하는 길은 무엇인가. 흔히 사람들은 서둘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법을 제정하는 것이 사생활 침해를 예방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다.
OECD도 개인정보의 불법이용을 예방하기 위하여 당사자의 동의없이 개인 정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규를 마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시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들이 제정되어 왔고 계속 수정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빠른 정보기술의 발달은 모든 규제법규의 범위를 쉽게 탈출할 있게 하였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규제법령은 결코 개인정보의 불법유출을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개인정보의 합법적 이용범위를 넓혀주는 결과를 가져왔을 따름이다.
결국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는 개인 당사자의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선진국의 경험이다. 모든 사람이 컴퓨터와 첨단기기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신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여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확대되어가고 있는 사이버 세계에 대한 비판적 접근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강대기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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