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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 비리 "도매시장 대수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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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 비리 "도매시장 대수술해야"

입력
2000.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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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값이 왜 이렇게 비싼가 했더니… ‘사기 경매’ 때문이었다니 말문이 막힙니다.”이모(35·주부·경기 수원시 팔달구)씨는 최근 짬을 내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고등어 1상자(50마리)를 3만4,000원에 구입했다. 도매시장의 생선가격이 시중보다는 쌀 것이라는 생각에 발품을 팔았다.

그러나 이씨는 서울에 사는 친척집에 가 보곤 말문이 막혔다. 친척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3만원에 샀다는 고등어(50마리)가 자신이 구입한 것과 품질과 크기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안양 수원 안산 등 경기지역 농수산물도매시장 관계자들과 경매를 통해 생선을 사들이는 중도매인들이 ‘생선경매 사기극’을 벌인 사실이 20일 검찰수사결과 드러나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경매사기극은 경기지역 뿐 아니라 수산물을 쉽게 구하기 힘든 대다수 내륙지역에서 관행처럼 성행하고 있고, 서울 가락동도매시장에서는 경매사 등이 경매가를 속여 잇속을 챙긴 것으로 밝혀져 도매시장 전반에 대한 ‘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법과 실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은 가격조작을 막기 위해 도매시장을 통해 유통되는 농수산물은 반드시 공개경매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도매인들은 신속하게 많은 물량을 모아 팔아넘기기 위해 도매시장측과 짜고 실제로는 경매를 거치지 않았으면서 경매를 한 것 처럼 서류 등을 조작해 필요한 만큼의 수산물을 넘겨받았다.

중도매인들은 이 과정을 거쳐 모은 수산물을 경매낙찰가 보다 10~30%나 높은 가격에 도매시장내 도매상들과 외부 일반 도·소매상에 팔아넘겼다. 또 도매시장측은 이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판매가격의 4~5%를 수수료로 챙겨온 것이 드러났다.

수원지검에 적발된 경기지역 중도매인 100여명은 이런 방법을 통해 1998년이후 지금까지 1,000억여원어치를 불법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도매시장에 건네준 수수료도 50억원대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공무원이 이들의 불법행위를 묵인, 비리를 키운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국적인 현상 도매시장과 중도매인의 비리커넥션은 경기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최근 검찰에 불구속입건된 중도매인 김모(37)씨는 “수산물 거래규모가 큰 서울이나 수산물 공급이 원활한 해안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수산물도매시장에서 이같은 방법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다수 도매시장이 뇌물성 수수료를 많이 챙기기 위해 (불법 유통 수산물을) 일정금액 이상 판매하지 못한 중도매인과의 거래를 끊기도 한다”며 곪을대로 곪은 경매비리의 실체를 폭로했다.

소비자, 어민만 피해 왜곡된 수산물 유통을 통해 이들이 취한 폭리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불법유통된 수산물은 도매시장안에서도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경기지역 소비자들은 발품을 팔아도 헛고생하기 일쑤다.

실제로 가락동도매시장에서 1상자(50마리)에 8,000원에 거래되는 꽁치의 가격이 수원에서는 1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고등어를 비롯한 다른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최근 가락동도매시장에서는 경매사와 중간도매상들이 컴퓨터로 경매낙찰가를 실제낙찰가보다 낮게 조작, 그 차액만큼의 농산물판매자금을 가로채 농민들도 사기경매의 피해를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기경매는 경기지역에 국한된 사안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소비자 보호와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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