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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예고된 '연금대란' 정공법 대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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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예고된 '연금대란' 정공법 대처를

입력
2000.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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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대란’에 대해 글을 써야만 하는가. 매년 반복되는 입시대란, 재연조짐이 보이는 의료대란, 그리고 얼토당토 않게 지나간 금융대란. 과연 ‘대란’의 나라다 싶다.이같은 대란이 일어나면 언론은 일단 집단이기주의를 도마에 올린다. 물론 옳은 말이다. 입시 또는 교육대란 뒤에는 자기자식만을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의료대란에는 자신들의 수입을 지키려는 의·약사들이 있고 금융대란에는 자리보전에 급급한 은행원들이 있다. 모두다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성인(聖人)이 아닌 다음에야 자신의 이익을 좇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을까. 모든 교육자나 학부모가 페스탈로치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같은 이치로 모든 의사가 슈바이처가 될 수 없다.

페스탈로치나 슈바이처는 일반사람과는 다른 예외적인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쉽게 예외적인 인물들을 판단의 잣대로 들이댄다. 자신도 성인이 아니면서 말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 자신이 가진 지식과 기술로 그저 열심히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보상체계가 그 어떤 이유에서든 정책당국에 의해 왜곡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는 불문가지다. 당연히 이들은 비뚤어져 보이는 행동을 보이기 십상이다. 그 결과 공교육은 붕괴되고 약물의 오·남용이 일상화한다. 그렇지만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정당한 대응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대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너무나도 분명하다. 근본적으로 ‘대란’은 애초에 잘못된 정책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잘못된 정책을 고치면서 일어나는 잘못된 처리방법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처음부터 올바른 정책이 수립·집행돼야 ‘대란’이 일어날 여지가 없게 된다. 중립적인 정책이 일관성있게 추구돼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예측가능하고 신뢰성 있는 정책이 있게 된다. 그래도 혹시 부작용이 발생하면 이해당사자들간의 이익을 공평하게 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정책당국의 중립성과 일관성은 절대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정책당국의 중립성과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많은 ‘대란’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의 대란이 다가오고 있다 한다. ‘연금대란’이 그것이다. 군인연금은 이미 기금이 고갈돼 지난 25년 동안 국고지원(국민세금)을 받고 있다. 그리고 공무원 연금과 사학연금도 조만간 같은 신세가 될 전망이란다. 지난해 전국민으로 확대된 국민연금도 삼십년 후부터는 적자로 돌아선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들 연금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저부담·고급여’체계에 있다. 즉 조금 내면서 많이 받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같은 제도가 유지될 수 없음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당연히 그 해결책은 ‘적정부담·적정급여’일 뿐이다. 낸 만큼 받아야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2003년부터 5년마다 연금재정을 다시 조정할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연금의 수혜자와 수혜가능자 수는 늘어나고 이들의 집단이기주의는 더욱 커질 것인데도 말이다. 일단 미루고 보자는 관료들의 복지부동과 자기부처 소관의 연금만 챙기는 부처이기주의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지금이라도 4대연금을 책임지는 정부부처들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도 정공법으로 말이다. ‘적정부담·적정급여’외에는 해법이 없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연금제도의 혼란은 ‘노소(老少)분쟁’을 가져올 것이다. 이 생각하기도 싫은 대란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정말 추한 싸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성환·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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