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클라크는 1968년 그의 저서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21세기를 이렇게 예견했다.“박사는 우주 왕복선을 타고 달로 가는 중이다. 그는 신문 크기의 뉴스패드에서 지구의 전자신문을 살펴본다.
아서 클라크·움베르토 에코 등
세계 석학 30인 '21세기 예견'
박사는 1면을 편 채 다른 면의 헤드라인을 재빨리 살펴본다. 각 헤드라인을 누르자 우표 크기의 창은 점점 커져 화면을 가득 채웠다.”
달 여행은 빗나갔지만 전자신문 읽기는 아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런 그가 이번에 또한번 21세기를 예견했다면, 우리는 그의 말을 마찬가지로 반만 믿어야 할까? “2013년 우주 비행선 서비스가 시작되고 인간이 최초로 화성에 발을 디딜 것이다.
구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지 100년이 되는 2057년에는 우주시대 개막이 엄숙히 선포될 것이다.
물론 이 선포식에는 금성, 해왕성, 명왕성의 궤도를 돌고 있는 인간들도 참여할 것이다.”
무려 30명의 세계적 석학들이 ‘21세기 예견 작업’에 뛰어들었다.
책은 지난 해 영국의 유력 일간지 런던 타임스가 ‘2100년까지 마련될 학문적 돌파구와 그것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석학 들과 인터뷰한 내용이다(엮은이는 이 신문의 특집판 편집자).
문학비평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199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셔우드 롤런드 등 듣기만 해도 그 명성때문에 현기증이 나는 이들이 인터뷰에 참가했다. 책은 그만큼 흥미로운 지적 탐험서로 읽힌다.
우선 옥스퍼드대 신경생물학과 교수인 수전 그린필드를 시작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쉬지 않고 들어보자. 그는 “21세기 초입에 인간 유전자의 염기서열 구조인 게놈 지도가 작성될 것”이라고 단언한다(이것은 최근 현실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전자 선별을 시작으로 인간의 모든 유전자와 정신세계는 감시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며, 따라서 “조지 오웰의 ‘1984년’은 2084년으로 수정된다”는 게 그가 내놓는 암울한 미래상이다.
지구 오존층을 파괴하는 CFC의 위험성을 갈파한 셔우드 롤런드는 예정된 지구의 대재앙으로서 ‘대기 오염’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
그는 향후 30~40년 주요 에너지원은 여전히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일 것이며 여기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한다.
이 이산화탄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지 않는 한 전지구적인 재앙은 막을 수 없다는 섬뜩한 경고다.
희망적인 이야기도 있다.
양자중력 이론을 정립한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는 20~30년 안에 실험실에서 생명을 창조하는 일이 가능해지며, 이 합성생명체는 태양계 바깥의 혹성에 정착해 번식하거나 핵 쓰레기를 먹어치울 수 있을 것이라고 소망한다.
그러면서 만약 태양계 내에서 또다른 생명체를 발견하게 되면 그것은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일 것이라는 낙관까지.
그러면 모든 것은 이렇게 예측가능한 것인가? 움베르토 에코가 반기를 든다. “최초의 비행선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어떤 물체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공기보다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늘을 좀더 효율적으로 날기 위해서는 지금의 비행기처럼 공기보다 무거워야 한다는 것으로 판명됐다. 우리는 자신의 비행선을 너무 사랑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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