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궁(七宮)이 곧 개방된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칠궁은 정갈하고 아름다운 건물과 정원이 빚어내는 분위기로 인해 서울의 명물이 될 것이다. 또한 애절한 사연이 절절히 넘치는 조선 왕실의 이야기가 널리 전해질 것이다.■ 칠궁은 왕의 어머니였지만 정실 왕비가 아닌 후궁인 까닭에 왕릉에 합장하지 못하고 종묘에도 위패를 모시지 못한 일곱 분의 신주를 모신 사당이다. 영조가 1725년 어머니 숙빈 최씨의 사당을 경복궁 후원 부근에 세운 뒤, 이 궁안에는 숙빈을 해치려고 했던 숙종의 후궁 희빈 장씨를 모시는 사당도 들어왔다.
그 이래 영조의 후궁들인 정빈 이씨와 영빈 이씨의 사당이 모셔졌고, 영친왕 이 은(李 垠)공의 어머니인 고종의 후궁 엄비까지 함께 모셔 칠궁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 칠궁이 오랜 세월 일반인에게 출입이 금지된 까닭은 청와대 경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 이번에 칠궁이 개방되는 것은 ‘열린 청와대’ 정책의 산물이다. 청와대가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로서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문화재위원회는 21일 칠궁의 정비계획을 심의할 예정이다. 주변공사가 끝나 말끔해진 영빈관에 이어 앞으로 4개월 후면 잘 복원될 칠궁은 청와대 방문객들에게 향기나는 볼거리가 될 것이다.
■ 지금 청와대가 시급히 해야할 공사가 있다. 경내의 빗물길과 하수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칠궁은 모두 경복궁의 후원이었다. 칠궁 안의 냉천에서 솟는 물은 효자동으로 흘러가고, 청와대에서 흐르는 물은 중학동 일대 개천으로 흘러갔다.
지금 개천은 대부분 복개되고 향원정 연못 옆으로 뻗어간 어구(御溝) 만이 남아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흘러내려오는 어구 물에서 향기롭지 않은 냄새가 난다. 어구에 자줏빛 이끼가 낀 것을 보면 이미 나쁜 물이 들어온 지도 오래된 듯하다. 이 나쁜 물이 고궁안에서 수채 냄새를 풍긴다. 현재 고궁 청소년문화재학교가 열리고 있고 외국인 관람객도 많은데 부끄럽다. 청와대의 하수도 시설이 불량한 탓으로 알려지면 매우 민망할 듯하다.
/崔成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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