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3국의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있지만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는 연초 미 달러당 7,000 루피아선에서 최근 9,500대로 하락해 1만선을 위협하고 있다.
97년 당시 위기를 촉발했던 태국의 바트화는 연초 달러당 37 바트에서 40 안팎으로 떨어졌으며, 필리핀의 페소화도 달러당 45페소 안팎으로 외환위기 당시 최저치인 98년1월의 46.55페소에 근접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3국의 통화가치 하락이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로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통화 폭락의 주요 원인이 경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로 각국의 정치적 불안에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분리주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압두라흐만 와히드 대통령이 집권 연정내에서 퇴진압력을 받고 있고, 태국에서는 야당의원들의 집단사퇴로 의회 해산 압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필리핀에서는 조셉 에스테라다 대통령에 대한 경제계의 불신이 깊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과 개인들이 과거와 같은 위기의 재발을 우려해 달러화 매입에 나서고 대외부채 상환에 따른 외화유출이 증가하는 반면 외국투자가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어 통화가치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ABN AMRO은행은 18일 보고서에서 "특히 인도네시아의 상황이 이 지역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아시아국가들은 1997년에 비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나쁜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도 있지만 이 지역의 경제는 회복 추세를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AP통신은 19일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컴퓨터칩 등 수출 증가, 주가 상승, 실업률 감소로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3국은 정치혼란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어 크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 지역 수출품의 주요 소비국이자 투자국인 일본 경제가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경우 이 지역의 성장 전망은 밝다고 보고 있다.
일본 경제는 지난해 0.5% 성장에 그쳤으나 올해는 3년만에 처음으로 1%대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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