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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또 밀어붙이기 폐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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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또 밀어붙이기 폐업인가

입력
2000.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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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또 부분폐업에 들어갔다. 국회의 약사법 개정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던 의사협회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가 개정안 처리를 기다리지도 않고 23일까지 오후진료를 보이콧하고 나선 것이다.약사회도 의료계 힘에 밀린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집행부가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국민의 불편을 볼모삼아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힘의 논리가 어쩌다 이렇게 판을 치게 됐는지 개탄스럽다.

18일 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여야 영수회담 합의정신을 존중하고 국민건강 향상을 위한 선진 의료제도 정착을 위해, 모처럼 심야까지 논의를 계속한 끝에 전원찬성 형식의 합의에 이르렀다.

약사들의 의약품 임의조제 근거조항을 삭제하고, 낱알판매 금지와 600여 품목의 상용약 처방에 대한 대체조제 금지를 골자로 한 개정안 내용은 의협이 제기한 핵심 쟁점사항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개정논의중 문제가 되었던 차광(遮光)주사제도 분업 대상에 포함되었다.

그런데도 최종안을 보지도 않고 진료 보이콧 결정부터 서두른 의쟁투의 결의는 의약분업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의사들이 주장해온 것들은 모두 실력행사를 위한 명분이었을 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의협은 20일 최고 의결기구인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앞으로의 투쟁방법을 결정할 것이라 한다.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된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해 7월중 약사법 개정이 가능해 졌는데도 수용을 거부하고 또 다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극한투쟁을 하겠다면, 국민과의 전면전 선전포고로 볼 수 밖에 없다.

명분없는 진료거부 투쟁으로 죄없는 국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은 직업으로서 고결해야 할 의사의 명예와 자존을 근본부터 훼손하는 것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의협은 의약분업 제도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요구사항이 관철된 이상 제도를 수용하면서 문제점 보완을 요구하는 것이 순리다. 그래야 의료제도 전반의 개선을 요구하는 주장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정부도 이번에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일관성과 원칙을 고수해 주기를 촉구한다. 지난달 의료폐업에 대한 무원칙한 대응이 ‘힘으로 밀어붙이면 안되는 일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굳혔고, 사사건건 대통령이 나서기를 요구하는 풍조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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