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에 대한 정부의 순환출자 억제방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0대 재벌그룹의 계열·비계열사에 대한 출자규모가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 선단식 경영체제는 더욱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또 총수와 친인척, 계열사 등이 갖고 있는 그룹내 계열사 주식비율(내부지분율)도 여전히 국제통화기금(IMF)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00년 대규모 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에 따르면 4월15일 현재 30대 그룹의 계열·비계열사에 대한 출자총액은 45조9,000억원으로 1년 동안 16조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순자산에 대한 출자총액
비율도 지난해 4월 32.5%에서 32.9%로 높아졌다.
출자총액은 현대 삼성 LG SK 1~4대 그룹에서만 12조7,000억원이 증가, 상위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선단형 경영이 한층 공고화했음이 드러났다.
공정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 “30대 그룹의 출자증가는 주로 계열사 유상증자에 타 계열사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부채비율 200% 를 달성시켰던 재벌들의 증자를 통한 재무구조개선이 대부분 ‘계열사간 자금이전’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정위는 출자총액규제 부활에 따라 2002년3월말까지 30대 그룹은 19조8,000억원의 출자액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30대 그룹의 내부지분율은 43.4%로 지난해(50.5%)보다 7.1%포인트 하락했고 총수(동일인)지분율도 2.0%에서 1.5%로 하락했다. 그러나 IMF체제 직전인 97년 내부지분율(43.0%) 및 오너들의 황제경영 현실을 감안할 때 재벌들의 실질적 소유·지배구조는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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