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째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계속된 중동평화회담이 막바지 단계에서 결렬위기에 처하는 극도의 진통을 겪고 있다.일본 오키나와(沖繩) 주요8개국 정상회담 참석을 미룬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마감시한’인 19일까지 막판 절충 노력을 집중적으로 폈으나 이날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의 회담장 철수설이 나오면서 회담 결렬 분위기가 고조됐다.
다비드 지소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발표,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측이 합의에 이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때문에 회담장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밝혔다.
지소 대변인은 “팔레스타인측은 어려운 결정을 수용할 준비가 아직 돼 있지 않다”고 비난하고 “바라크 총리는 그간의 분쟁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외부의 비현실적인 요구를 결코 수용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성명은 총리실 대변인과 바라크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의 오피르 피네스 의원이 “바라크 총리가 회담장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그러나 바라크 총리가 협상을 중도 포기하고 실제 이스라엘로 귀국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는지, 아니면 막바지 국면에서 팔레스타인측으로부터 결정적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전략을 구사한 것인지를 두고 회담장주변은 혼란에 빠졌다.
외신들은 지소 대변인의 성명 중 바라크가 귀국 결정을 ‘한 것 같다’는 대목에 유의하면서 그의 진의를 두고 추측을 거듭했다.
피네스 의원은 “바라크 총리가 귀국을 결심한 것은 팔레스타인측이 합의를도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데 이스라엘과 미국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미국측의 중재안에 응하지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회담 대표단의 일원인 팔레스타인의 한 야당대표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었다”고 미국측을 격렬히 비난했다.
결렬위기 원인
회담이 진통을 겪은 것은 역시 최대 난제로 꼽힌 예루살렘 지위문제 때문이었다.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에 독립국가의 수도를 세우겠다는 입장이며 이에 따라 동예루살렘을 고스란히 양도할 것을 이스라엘측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영원한 수도인 예루살렘을 절대로 분리시킬수 없으며 결코 동예루살렘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양측은 이번 협상기간동안 예루살렘의 경계선 확장을 통해 예루살렘문제에 대한 절충을 시도해왔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의 경계선을 인접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까지 확장시켜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이 통제하고 대신 이스라엘 관한 예루살렘에 베들레헴 남쪽 정착촌들을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제안은 동예루살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자치권만을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독립국의 수도가 될 이 지역의 자치권과 주권을 모두 인정받으려는 팔레스타인의 기대에 못미치는 것이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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