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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기행/(2) 탄자니아 타랑기리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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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기행/(2) 탄자니아 타랑기리국립공원

입력
2000.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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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지바르에서 1시간 40분. 배를 타고 다르에스살람에 닿았다. 인도양의 아름다운 해변에 들어선 이 도시는 탄자니아의 수도이다. 신식 호텔, 햄버거 가게, 신문 그리고 CNN과 ESPN이 있다.서울을 떠난 지 불과 보름 밖에 안됐는데 벌써 문명이 그리운지 아내와 아들은 TV와 수영장을 오가며 좋아했다.

다르에스살람에서 동물 촬영에 대한 탄자니아 당국의 행정적 협조를 구하고 휴식을 취했다.

지난해 촬영 때 도움을 주었던 탄자니아 관광부의 마차(M. Matcha)씨를 만나 그 때 작업의 일부를 전했다.

그는 사진보다도 인쇄나 종이 재질에 더 놀라는 듯했다. 1인당 미화 300달러씩 하는 사파리를 두번 무료로 제공하고, 국립공원을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는 서류를 만들어 주었다.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가는 곳마다 촬영한 사진 중 6~10장 정도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야생동물의 마지막 천국이라는 세렌게티 국립공원에 들어가기 앞서 전초전으로 몇 곳을 들르기로 했다. 다르에스살람에서 비행기로 1시간을 날아 도착한 곳은 북부고원 도시 아루샤. 숲이 너무 우거진 밀림지대여서 오히려 동물이 없다. 맹수의 주된 먹이인 영양류가 없어 먹이사슬의 고리가 끊기기 때문이다. 영양류는 맹수로부터 달아나기 어려운 밀림지대를 싫어한다.

5일간 예정했던 아루샤의 일정을 이틀로 단축하고 육로로 2시간 정도 걸리는 타랑기리 국립공원으로 떠나기로 했다.

전화도 팩시밀리도 없는 야생의 벌판이지만 동물이 많기 때문이다.

타랑기리 국립공원은 킬리만자로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구릉 지역이다. 바오밥(Baobab)나무 사이로 타랑기리강이 흐르는데 이제 그 물줄기가 희미해지고 있다. 건기에 해당하는 이 곳의 겨울 대지는 온통 노란색 황랑함 뿐이다.

마른 먼지가 날리는 들판은 텅 비어있다. 동물들은 무더위와 목마름을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일까? 물을 찾아 떠난 것일까? 황무지와 사막이 뒤섞인 볼품없는 풍경이지만 어디에선가 나에게로 다가오는 무엇이 있을 듯하다.

땅과 달리 밤하늘의 별들은 장관이다. 반짝이며 흐르는 은하수는 아버지의 별이다. 아버지는 꼭1년전(7월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돌아가셨다. 이른 새벽부터 졸린 눈으로 촬영에 나섰다. 마음 속으로 아버지의 명복을 기원하고, 많은 동물을 보게 해 달라고 빌면서….

아침에 사자 한 쌍과 수 십 마리의 코끼리, 얼룩말을 보았다. 그들의 눈을 클로즈업 해서 촬영했다. 오후에는 내내 헤매다가 이 세상에서 네 발 달린 동물로는 가장 큰 코끼리와 식물 중에서 가장 크다는 바오밥나무의 모습을 필름에 담을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표범 한 마리를 발견했다. 높이가 5m는 됨직한 나무 위에 사냥한 누(knu 암소를 닮은 영양의 한 종류)를 올려 놓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괜찮은 장면이었다. 옆에 있던 아들이 "심봤다"고 외쳤다.

타랑기리강은 이제 한줄기 물줄기만으로 연명하고 잇다. 가느다란 겨울의 강 주변에는 대이동을 하지 못한 길 잃은 얼룩말과 누 떼가 어슬렁거린다. 코끼리는 킬리만자로산으로 가는 도중, 이 곳에서 잠시 머문다.

인간세상과 마찬기지로 야생동물들 역시 끊임없이 움직이며 산다. 항상 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곳을 지나는 그들을 볼 뿐이다.

표범과 누, 삶과 죽음. 무료할 정도로 평온한 이 평원에서 치열하고 살벌한 삶의 길을 가는 것이다. 그들만이 아는 이정표를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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