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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독일의 속죄, 일본의 발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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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독일의 속죄, 일본의 발뺌

입력
2000.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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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나치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에 관한 협정을 미국 이스라엘 러시아 폴란드 등과 체결, 나치피해 배상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협정은 나치 점령지에서 독일 군수기업 등에 끌려가 강제노역한 피해자 중 생존자를 위해 100억 마르크(50억 달러)의 배상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피해 생존자는 독일측 추산으로는 폴란드 러시아 등 중동부 유럽에 70만명 안팎으로 가장 많지만, 협정의 주된 수혜자는 미국에 사는 20만명 정도의 피해자다. 이들 중 일부가 미국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자, 2년간 협상끝에 일괄배상에 합의한 것이다.

이 협정은 전후 나치피해 배상에 힘을 기울여 온 독일로서는 추가배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유일한 경우다. 집단소송으로 미국내 기업활동이 불안해지자 독일 재계와 정부는 불가피하게 일괄배상을 선택한 것이다. 대신 미국은 피해자들이 개별소송을 낼 수 없도록 보장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런 배경을 떠나 이번 협정은 나치 과거청산에 성의를 다해 온 독일의 진면목을 확인하게 한 결단으로 높이 평가된다. 비록 미국시장에서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선택이지만, 어두운 과거사를 씻기 위해서는 어떤 수모와 희생도 감내한다는 전후 독일사회의 일관된 자세가 바탕이 된 것이다.

독일은 나치 죄과로 인해 참담한 패전과 분단을 안았지만, 전후 수십년간 정성을 다한 속죄를 통해 도덕성을 회복하고 거듭났다. 전후 동서독은 모두 치열한 과거사 반성과 청산작업을 단행, 옛 서독의 경우 나치범죄자 1만3,000명을 처벌했다. 이와 함께 주변국과 이스라엘 등 피해국가에 대한 거듭된 사죄와 피해배상, 경제지원 등에 힘을 쏟았다.

서독은 1962년 이스라엘과 배상협정을 맺고 250억 마르크를 국가배상금으로 지불하는 한편 추가로 150억 마르크를 나치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지급했다. 또 나치피해 보상법에 따라 국적에 관계없이 720억 마르크의 개별보상금을 지급했으며, 폴란드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주변국에는 별도로 150억 마르크의 배상기금을 출연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2,000억 마르크에 이른다.

독일이 분단을 극복하고 유럽을 주도하는 위치로 발돋움한 것은 이같은 도덕적 처신을 주변국이 인정한 데 힘입은 것이다. 이에 비해 2차대전 중 100만명이 넘는 한국과 중국, 필리핀인을 전쟁과 강제노역에 동원한 일본은 피해자들에 대한 개별배상을 미루고 있다.

일본 정부는 종전 반세기를 넘겨 올 4월 징병과 징용 피해자 중 재일동포 생존자와 유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의회에 상정하는데 그쳤으며, 이마저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다. 세기를 넘어 이어진 독일의 속죄자세에서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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