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담배회사들의 운명이 ‘바람앞 등불’과 같다. 플로리다주 법원이 흡연피해배상 집단소송에서 담배회사 다섯 곳에 대해 1,444억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평결했으니 말이다. 어지간한 나라의 국민총생산(GDP)보다 많은 이 배상금을 물고 살아남을 담배회사가 있을까. 담배회사들은 이미 50개 주정부와의 소송과 협상에서 2,460억달러를 배상하기로 합의한 상태이므로 엎친데 덮친 격이다.■미국에서 담배의 해독이 사회문제가 되고 담뱃갑에 ‘건강에 해로울지 모른다’는 경고문을 붙인 것은 50년대와 60년대의 일이다. 그러나 공공장소 금연과 손해배상 재판이 봇물을 이룬 것은 지난 20년동안이다.
그동안 벌어진 금연법규 제정과 끽연피해 손해배상 소송 결과를 보면 정부와 법원이 앞장서서 미국담배회사를 아예 미국 땅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할 태세다. 조지 워싱턴이나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 등 미국의 국부(國父)들이 다시 깨어나서 본다면 기가 찰 일이다.
■담배는 미국과 미국문화의 상징이다. 조지 워싱턴 장군이 영국군에 용감하게 대항한 것도 식민지에 매기는 과중한 담배세에 반발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어쨌거나 워싱턴과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은 모두 수많은 흑인 노예를 부리며 담배농장을 경영했던 자본가들이었고, 미국 독립전쟁 군자금은 담배농장주들이 대부분 감당했다. 담배는 미국의 건국산업인 셈이다.
■어제의 공신이 오늘의 역적이 된다는 말이 있지만 담배가 이 꼴이다. 미국 담배회사들은 국내 압력을 피해 아시아와 동구권 등으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그곳인들 금연운동가와 피해배상 소송이 없을까.
담배에서 보듯 하늘 아래 절대적인 것은 없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 우리가 지금 즐겨 먹는 기호품이나 사용하는 소비재중에서 또 어느 것이 위험리스트에 올라 담배논쟁과 같은 풍파를 일으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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