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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폭력 기원은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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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폭력 기원은 남성

입력
2000.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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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미국 의회에 전례 없이 많은 여성의원들이 당선되자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만일 정치가 여성들에 의해 행해진다면’이라는 주제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기사에 인용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여성들이 정치를 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벌어졌던 대규모의 전쟁이 깨끗이 사라질 것이며, 사사건건 충돌로 치닫는 남성들과는 달리 거의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하여 풀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물론 지나칠 정도로 타협에 의존하다 보면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자칫하면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중상모략이 늘어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적인 전망은 폭력과 대립이 아닌 협상과 평화의 세상이 되리라는 것이었다.

최근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주인공들은 거의 예외 없이 10대 소년들이다. 공상과학영화 ‘에일리언(외계인)’에는 여배우 시고니 위버가 가장 용맹스런 투사로 등장하지만, 전설적인 아마존 여족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문화권의 군대는 남성들로 이루어져 있다.

영국군에게 포위된 오를레앙을 구했던 잔다르크나 일제의 총칼 앞에서도 분연히 일어섰던 류관순 의사처럼 ‘용감한’ 여인들은 인류의 역사를 통해 수없이 많았지만 대규모의 파괴와 학살을 자행한 ‘포악한’ 여인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폭력들은 침팬지 사회의 그것들과 흡사하다. 침팬지 수컷들은 으뜸수컷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늘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버금수컷들은 서로 동맹을 맺어 으뜸수컷에게 몰매를 퍼부으며 권좌를 빼앗는다. 또 혼자 돌아다니는 수컷이나 작은 무리의 수컷들을 공격하여 잔인하게 죽이기도 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가 아닌가?

많은 인류집단의 결혼풍속처럼 침팬지 사회에서도 수컷들은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평생토록 머물지만 암컷들은 어른이 되면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 그러나 이같은 사회구조는 동물계에서 지극히 예외적인 것이다. 지금까지 생물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의하면 대부분 젖먹이 동물이나 새들은 물론 많은 곤충들의 경우에도 때가 되면 수컷들이 다른 집단으로 이주한다.

거기에다 혈연관계로 맺어진 수컷들이 자기 영역을 철저하게 방어하며 적의 집단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그 구성원들을 살해하는 행동까지 하는 것을 고려하면 인간과 침팬지는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동물들 중 참으로 별난 종들이다.

DNA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인간과 침팬지가 공동조상으로부터 분화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500만년 전의 일이다. 500만년이란 시간은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46억년 지구의 역사를 하루에 비유한다면 1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다.

현생인류(Homo sapiens)가 탄생한 것이 그보다도 훨씬 최근인 15만~23만년 전의 일이고 보면 인간은 그야말로 순간에 ‘창조’된 동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극히 비정상적인 우리들의 인간중심주의만 아니라면 침팬지는 우리 인간과 함께 호모(Homo) 속으로 분류되어야한다. 아니면 우리 인간을 침팬지의 속인 팬(Pan)에 합류시키거나.

/최재천 서울대교수 생명과학부 jccho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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