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러시아 우랄산맥의 한 마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신 무기박람회가 대대적으로 열렸다.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 열린 박람회에는 미국 등 서방은 물론, 러시아의 양대 무기 수입국인 중국, 인도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지역의 무기중개상들이 대거 몰렸다.
신무기는 물론 일체의 군수품 생산과 관련, 삼엄한 보안과 철저한 비밀을 지켜왔던 러시아가 서방 무기상까지 손님으로 모셔 박람회를 연다는 것은 구 소련시대를 통털어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
이유는 하나. 러시아가 자신할 수 있는 확실한 '돈줄’이 무기산업인데다, 최근에는 러시아군 자체 내수도 급감해 방위산업 존립자체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출만이 문제의 해결책이란 것을 깨달은 정부가 돈을 위해 군 기밀주의란 오랜 전통을 버린 것이다.
서방국가와 이들이 얘기하는 깡패국가들이 뒤섞인 이날 박람회는 러시아군 명성에 걸맞게 각종 신무기들이 속출, 이목을 집중시켰다.
3.2㎞밖 목표물을 레이저유도 미사일로 저격할 수 있는 'T_90’탱크, 수류탄 발사체와 30㎜ 대포, 4발의 대(對) 탱크 미사일을 장착한 장갑차, '이스칸더’로 명명된 지대지 미사일, 처음 공개된 스커드 미사일 격추용 'S_300’ 시스템 등이 매물로 나왔다.
박람회를 계기로 수출 실적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인도와는 7억달러에 달하는 300대의 T_90 수출계약이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고, 이와는 별개로 미그_29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항모 건이 논의중이다.
중국과는 'SU_27’ 전폭기를 공동생산하는 라이센스 계약이 성사됐다.
쿠웨이트, 이란은 T_90, T_72 등 탱크구매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이라크는 750만달러 상당의 IGLA 이동방공시스템 150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있는 것은 활발한 대외수출과는 대조적으로 러시아군의 신무기 배치는 초라할 정도로 미미하다는 점이다.
T_90 은 현재 러시아군내 유럽 접경지역에 단 2대만이 배치돼 있고, 30대가 올해 추가 배치될 계획이다.
군부가 요구하는 매년 350대 이상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SU_30’전폭기도 올해 예정된 50대 생산분 중 12대만이 공군주력기로 쓰일 전망이다.
그나마 1998년에는 한대도 러시아 공군에 배치되지 않았다.
지난해 군수무기 인도(引渡)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 프랑스 영국에 이은 4번째 무기수출국으로, 모두 28억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점유율은 6%. 미국의 49%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에는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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